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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 낙엽을 치우며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1-01 조회수 : 41

사랑하고 존경하는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11월 인사 올립니다.  11월, 위령성월을 보내며 양근성지 후원 가족 특히, 천상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드립니다. 

 얼마 전 성지 소나무 전지와 간벌을 하였습니다. 성지가 훨씬 밝아졌고 넓어졌습니다. 우리도 인생을 살며 필요 없는 인간관계, 필요 없는 걱정 모두 잘라 버리고 가볍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은 ‘무드셀라’입니다. 무드셀라는 무려 969살을 살았습니다. ‘무드셀라’라는 말에서 ‘무드셀라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현재보다 과거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듯한 퇴행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삶에 대한 불만족, 미래에 대한 불안, 자존감 저하 등 다양한 원인이 무드셀라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과거의 좋은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미화하는 경향을 보이며, 현실 문제 해결보다는 과거에 대한 회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듭니다.

  이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견뎌내는 내적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많은 인간이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끊임없이 가지려고 하는 마음에서 괴로워하고, 가진 것이 넉넉한 사람은 삶의 지루함과 권태로 괴로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행복하고 넉넉하게 살기 위해서는 혼자 고독하게 머무르며 독서 하고, 글을 쓰고, 또 사색하며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욕망과 권태로 부터 벗어나는 길이라고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 ‘인생론과 행복론’은 영적 서적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가시는 분은 꼭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세계를 의지와 표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하며, 이러한 관점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구원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쇼펜하우어에게 표상은 세계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세계는 우리의 정신이 만들어내는 표상이며, 우리는 세계를 경험할 때 항상 주관적인 틀을 통해서만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의지는 세계의 본질적인 실체로서, 표상 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의지는 무의식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모든 생명체의 행동과 현상을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의지가 고통과 욕망의 원천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한강’이라는 작가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작품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탔습니다. 저도 자랑스러운 마음과 호기심에 책을 주문해 놓은 상태입니다. 

  저도 한때 노벨 문학상을 탄 작품들을 꼼꼼히 읽어 봤지만 별로 기억이 나지 않고, 노벨 문학상을 탄 작품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음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몇 백년, 수 천년 이상 가는 책 중의 책인 성경과 고전을 더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철학과 성경, 그리고 불경은 우리 삶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우리를 진리로 이끄는 양서이니 이달의 베스트 셀러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다윗과 밧세바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아는 내용입니다. 다윗은 왕이고, 밧세바는 부하 장군 우리아의 아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윗이 목욕하는 밧세바에게 반해 그만 범하고 맙니다. 그런 후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전쟁 중 최전선에 보내 죽게 합니다. 그리고 밧세바를 아내로 맞아드립니다. 참 나쁜 남자이지요? 시간이 흘러 밧세바는 아들을 낳습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나쁜 남자 다윗을 벌합니다. 그의 첫 아들에게 심한 병을 보내 죽게 합니다. 다윗은 심한 병에 걸린 아들을 보며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으로 아들을 살려 달라고 하느님께 애원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다윗의 기도와 애원에도 불구하고 죽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다윗은 아들이 죽자 하느님에 대한 원망도 없이 음식을 먹고 왕으로서 해야 할 일에 충실합니다. 

  신약 성경에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참 무서운 말씀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비유입니다. 이 비유는 손과 발과 눈이 죄를 지으면 정말로 손과 발과 눈을 잘라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다윗의 비유처럼 잘못한 것에 대해 회개하고 뉘우쳤다면 더 이상 그 잘못에 대한 기억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손과 발과 눈이 죄를 지으면 이를 잘라 버리라는 말씀은 한마디로 과거 잘못에 대한 기억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잘못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사는 것이 곧 지옥이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교부들 중 오리게네스는 예수님의 말씀을 오해해 자신의 생식기를 절단해서 성인이 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를 낳아준 어머니입니다. 그러므로 지나간 과거의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현재와 미래에 더 충실했으면 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 쓰시고 다가오는 겨울을 설렘으로 맞이하였으면 합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24년 11월 겨울을 기다리며...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