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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희망을 살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1-01 조회수 : 29

남한산성 성지를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새해 인사드립니다. 2025년 한 해도 건강하시고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풍요로운 날들 되시기를 바라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을 전합니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정국이고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의 무게도 여전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우리를 돌보시고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믿고 신뢰하며, 더욱 힘을 내어 전진하는 여러분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오랜 전통에 따라 25년마다 ‘희년(禧年, Jubilaeum)’을 지내오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2024년 5월 9일 주님승천대축일에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라는 정기 희년 선포 칙서를 발표하시면서 2025년을 희년으로 지낼 것을 선포하셨습니다. 보편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희년을 살아가며 이웃과 친교를 나누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무엇에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꽃을 부여잡고 살아갈 것을 권고하시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교황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몸을 피한 우리가 앞에 놓인 희망을 굳게 붙잡도록 힘찬 격려를 받게 하셨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에게 영혼의 닻과 같아, 안전하고 견고하며 또 저 휘장 안에까지 들어가게 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멜키체덱과 같은 영원한 대사제가 되시어, 우리를 위하여 선구자로 그곳에 들어가셨습니다.”(히브 6,18-20) 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시며, 우리가 희망을 결코 잃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우리의 피난처와 힘을 찾으라고 강력히 권고하십니다. 
  이미 희망의 2025년 희년을 시작한 우리는 보편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한 마음으로 다시금 희망에 관하여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마다가 예외 없이 자신에게 충만하기를 바라고 기원하는 것, 가까운 이웃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것, 오직 거기에 기대어 힘을 내고자 노력하는 것, 희망이라는 것이 갖는 표상이겠지요. 하지만 그 희망이라는 것은 막연히 가슴 속에 품고만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밖으로 꺼내어 두는 것, 곧 살아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희망은 품는 것만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시편 저자는 고백합니다. “당신 법규에 희망을 두니 제 입에서 진리의 말씀을 결코 거두지 마소서. 저는 항상 당신의 가르침을 길이길이 지키오리다. 당신 규정을 찾으니 저는 넓은 곳을 걸으오리다. 당신 법을 임금들 앞에서 이야기하며 부끄러워하지 않으오리다. 저는 당신 계명으로 기꺼워하고 그것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당신 계명을 향해 제 두 손 쳐들고 당신의 법령을 묵상합니다. 당신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당신께서 그것에 희망을 두게 하셨습니다.”(시편 119,43-49)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지키고, 찾고, 사랑하는 일, 거기에서 희망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지요. 단순해 보이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수많은 현혹들에서부터 하느님의 가치를 찾고, 헛된 것들에서 벗어나 당신 친히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희망은 소중한 것이고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황님 칙서의 제목처럼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사람이 되어 우리 곁에 찾아오신 말씀이신 그분은 언제나 우리를 독려하고 재촉하십니다. 더하여 그 발걸음을 이어갈 힘도 주십니다. 우리의 삶의 문제로 고스란히 남게 됨을 새해를 시작하며 스스로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아쉬움은 자비하심에 맡겨드리고, 다시금 희망의 실천을 행하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하기를 다짐해봅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