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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부님 글

산이 참 좋다. 그런데 사람이 더 좋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1-01 조회수 : 21

지금까지 본당신부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본당신부 위에 성지신부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성지에 와서 좋은 점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본당에서는 주일에 미사드리다 지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오전에 미사 2대 저녁미사도 있고 본당행사가 있는 날이면 바쁘기 마련이죠. 평일에도 회합, 봉성체, 병자성사, 장례미사, 단체회합 등등 은근히 바쁜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성지는 평일도 미사 1대, 주일도 미사 1대라 좀 여유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것 한 가지는 자연이 너무 좋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가 지저귀고 문을 열고 나서면 피톤치드 향이 느껴집니다. 지금은 추워서 못 하지만 성지 바로 맞은 편에는 물가가 있어 지난 여름에는 더울 때마다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했습니다. 마치 시골별장에 온 느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시달리는(?)일이 없습니다. 본당신자들이 아니다 보니 미사 후에는 만날 일이 없습니다. 본당에 있으면 나와 잘 맞는 신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혼자 자연 속에 있는 게 좋았는데 몇 달 지나니까 좀 허전합니다. 산도 좋고 자연도 좋지만 제일 좋은 건 사람인가 봅니다. 고해성사 때 사람들 때문에 죄를 짓고 힘들다고 고백하는 신자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사람이 고통이고 십자가인 것이죠. 하지만 아무도 없으면 정말 행복할까요? 싸울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임을 여기서 느낍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셨다면 절대 아닙니다. 사람이 미워도 사람이 싫어도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