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샬롬(평화)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2월 인사 올립니다. 아직도 추운 2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루카 복음에 보면 나병 환자 열 사람이 와서 예수님께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십니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 졌습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사시던 당시, 나병은 하늘의 형벌이라 생각했고, 사제들의 관리하에 통제되고 때론 방치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자비로 나병을 치유 받은 사마리아인은 사제에게 가는 대신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립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예수님으로부터 치유 받은 사마리아인 나병 환자는 이성을 중심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용기를 내어서 더 이상 사제의 통제와 관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며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린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용기는 자신의 지성과 이성을 통하여 스스로 자유로워 지는 것입니다.
철학자 칸트는 자연은 하느님의 창조로 모두 선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는 아담의 불순종, 다시 말해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불완전하고 죄, 혹은 악으로 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담의 불순종은 한마디로 인간 자유의지의 발현이기 때문입니다.
이성에 따라 인간이 인류 최초의 거주지로 생각되었던 낙원으로부터 나온 것은 결국 동물의 거친 상태로부터 인간성의 상태로, 또 본능의 유모차로부터 이성의 인도(人道)로 옮겨간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자연의 보호 상태로부터 자유 상태로의 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완전성을 향한 진보로서의 인류의 운명을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위와 같은 변화에 의해 승리한 것인지 패배한 것인지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어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입니다.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상상하십시오. 바구니에 포도, 배, 사과가 있습니다. 먼저 포도를 제거하십시오. 그런 다음 배와 사과 그리고 바구니를 제거하십시오. 그런 다음 시간과 공간을 제거하십시오. 바구니에 담긴 포도, 배, 사과 바구니는 제거해도 결코 시간과 공간은 제거해서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을 품고 있는 우주이신 하느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과 하나이고 형제고 자매이며, 그분의 자식인 것입니다.
흔히 세상 종말시 “그 무렵 큰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 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이 볼 것이다. 그 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마르코 13,24-27) 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종말이란 한 개인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가 알고 지내던 모든 세상이 사라지고 온전한 하느님 앞에 바로 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하느님을 마주 보는 삶을 살 때 죽음도 감히 우리를 두렵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마주하며 산다는 의미는 각자의 무의식 안으로 들어가 모든 어두움을 물리치고 혹은 받아들이며 어두움 너머에 있는 빛이신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 머무르고, 눈을 감고 각자의 무의식 안으로 들어가는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추운 겨울은 일찍 해도 떨어지고 각자의 무의식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최고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너그러운 마음을 모든 사람에게 보이십시오.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필립 4,4-5 )
2025년 2월 칸트와 함께 산보 하며.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