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그런지 아침에는 좀 춥다고 느껴집니다. 여기 수리산은 좀 더 춥게 느껴집니다. 이런 날씨에는 감기 걸리기 쉬운데요. 10년 전쯤인가 감기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습니다. 밤부터 열이 좀 나고 기침이 나더니 기침이 멈추질 않습니다. 자고 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기침을 너무 많이 하니까 도저히 잘 수가 없습니다. 자다 깨다 하면서 그 다음날 아침이 됐습니다.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사다 먹었는데 똑같습니다. 이럴 땐 병원에 바로 가야 되는데 꼭 그럴 때 쓸데없는 자존심이 있어서 안 갑니다. 그날 밤에도 기침을 계속 했는데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니까 누워 있다가 약간 몸이 위로 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신자들한테 했더니 다들 자신들의 경험을 자랑합니다. 한 분은 A형독감에 걸린 적이 있는데 이건 감기와 차원이 다르다는 겁니다. 갑자기 열이 39도까지 올라가다가 새벽에 오한이 와서 너무 춥고, 추워서 겨울이불을 꺼내 덮고 있으면 또 더워지고. 몇 시간 있으면 또 너무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리고. ‘신부님 정말 말도 못하게 아파요. 감기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픈 가 봅니다. 말도 못하게 아픈 가 봅니다. 어제는 가을, 오늘은 봄. 그저께는 여름. 내일은 다시 가을입니다. 얼마나 아프면 이럴까요? ‘나 이렇게 아프니까 나 좀 살려줘’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가 아프답니다. 아파 죽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