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에 따라 매월 첫주 토요일 미사는 성모신심미사로 봉헌합니다.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할 때면 어머니에게 선물을 드리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 매월 한 번씩 있는 신심미사 때 매번 다른 복음을 듣게 됩니다. 그 중에서 자주 듣는 복음이 카나의 혼인잔치 이야기입니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일곱 가지 표징 중 첫 번째 표징인 카나의 혼인잔치는 예수님의 신성이 드러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번 달 월보를 쓰기 위해 준비하던 중 카나의 혼인잔치이야기에 나오는 이 말씀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성모님은 왜 예수님한테 포도주가 없다고 말하셨을까요? 믿음을 가지고 청하는 것이죠.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알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 능력과 힘을 믿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이런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신부님,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신부님한테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힘들다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신부님한테 하소연하는 거에요. 사는 게 정말 힘드네요’ 얼마나 사는 게 힘들면 저한테 얘기를 하셨을까요. 얼마나 말할 사람이 없으면 저한테 얘기를 하셨을까요
포도주가 없구나. 성모님은 예수님밖에 없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요셉성인은 돌아가셨다고 전해집니다. 성모님에게는 아들 예수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의지할 곳이 예수님밖에 없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기도를 합니다. 그런데 내 기도는 안 들어주신다고 불평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예수님 말고도 여기저기 의지하는 곳이 많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만 믿고 예수님한테만 청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