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어농성지 후원회원 여러분, 지난 7월 한 달간 평안하셨나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소나기 속에도 늘 건강 유의하시고, 마음만은 평안 하시길 성지에서 기도 올려드립니다.
회보 두 번째 글입니다. 성지에 있다 보니 다가오는 일들이 모두 새롭습니다. 그중에는 후원회원분들도 보기 힘든 장면이 있습니다. 캄캄한 밤 11시, 12시에 묵주기도를 하면서 성지를 돌다 보면 순교자 묘역 앞 성모님 초 봉헌 대에 초가 1~2개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누가 켰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내 그 초 하나 때문에 주변 어둡고 컴컴한 순교자 묘역이 환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녁 느지막 무렵에 차량으로 성지를 방문하여 순교자 묘역에 초 봉헌을 하고 가신 순례자의 초일 것입니다. 그분의 기도와 초 봉헌에 저의 기도도 보태어 봅니다.
또 성지에 있다 보니, 우리 후원회원분들도 보기 힘든 장면 중에 7월 각 본당 여름 신앙 캠프를 실시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신앙 캠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캠프에 참가한 어느 본당에 대학원 1학년 신학생이 있었습니다. 본당 학생들과 교리교사들이 하루를 정리하며 잠자리에 들어갈 무렵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성전에서 1시간 묵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방학 중에도 매일 같이 해야 할 묵상과 기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그 신학생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언가 나 또한 저러한 모습으로 성지 사목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훌륭하게 잘 살아가시는 수많은 선배 신부님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아직 신부가 되지 않았지만 기도하는 신학생의 모습을 통해서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나에게 배움을 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많은 상황과 환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내가 늘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려는 자세로 임해야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어농성지의 17위 순교복자님들의 삶을 통하여 이분들 한 분 한 분의 삶이 얼마나 부족한 나의 믿음과 신앙에 가르침이 되는지. 그리고 하느님과 주님 나라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는 순교의 용기까지 주위를 둘러보면 성지에서는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천 번을 죽을지라도 나는 저 십자 형틀에 묶인 분을 배반할 수 없소!”
당시 박해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자를 공경하느냐?”, “그리스도를 모독하여라!” “저 사람을 배반하여라!”라는 말에 마지막에 내뱉은 순교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지난번 성지에서는 윤유일 바오로 순교 23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윤유일 바오로, 윤유오 야고보 순교복자의 후손들과 더불어 미사와 기념식을 했습니다. 어농성지에는 윤유일 바오로 순교 200주년 기념 현양비가 있고, 그분의 동상과 말씀. 순교자의 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순교자들을 통하여 배우고, 그분들의 행적과 놀라운 용기에 감탄을 자아내며 머리 숙여 깊이 인사하곤 합니다.
어농성지 후원회 여러분, 무더운 여름 늘 건강 하시길 성지에서 기도 보내드립니다. 신앙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많으실 겁니다.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순교자들의 신앙이 후원회 여러분을 보호하실 겁니다. 순교복자님의 도움을 믿으시고, 어농성지도 찾아주시어 기도와 힘을 받고 가시기 바랍니다.
-어농성지에서 기도를 보내며 윤석희 미카엘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