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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부님 글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01 조회수 : 16

9월20일 토요일 오전에 순교자현양대회가 있었습니다. 2년에 한번씩 하는 대회인데 성지에서는 가장 큰 행사입니다. 최경화프란치스코 성인의 묘소가 있는 순교자묘역에서 미사를 거행하고 묘역을 참배합니다. 올해는 약1200명의 교우들이 함께 해 주셔서 모든 분들이 기뻐하였습니다. 그런데 순교자현양대회를 준비하면서 저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걱정보다는 의심이 많았습니다. 지난 5월에 매주 토요일마다 비가 왔습니다. 9월에도 토요일마다 비가 옵니다. 대회 1주일 전 일기예보에는 비가 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3일전이 되니까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가 바뀌었습니다. 걱정과 의심이 함께 몰려옵니다. 비가 오면 안 되는데. 기도를 하면서도 웬지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제가 신학생 때 성소주일 행사준비를 했었는데 역대 최초로 비가 왔습니다. 보좌신부 때 여름신앙학교를 하는데 교사들 얘기가 지금까지 비 온적 없다 합니다. 하지만 비가 왔습니다. 그래서 큰 행사를 앞두고 항상 걱정이 됩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오는 것은 확실합니다. 기도하면서 협박을 합니다. ‘비가 안 오게 해 주실 것임을 믿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비가 오면 현양대회를 없애 버릴 것이니까 알아서 하십시오.’ 간절한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하느님을 시험한 것입니다. “내가 청하는 것을 들어주면 믿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당신을 하느님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오.” 제 마음속 생각입니다. 다행히 흐린날씨였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느님을 시험한 죄인에게 이토록 큰 은총을 내려주셨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더 이상 하느님을 시험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