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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01 조회수 : 3

또 한해의 끝이 다가온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들 한다. 그것은 나이에 따라 느끼는 속도감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점점 몸의 움직임이 느려져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고 젊은 사람은 몸동작이 나를 듯 빨라 그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전쟁이 일어나도, 이념으로 갈등하며 등을 돌려도, 이익만을 추구해 어제의 동지를 과감히 버려도, 자연재해로 지구가 뒤집혀도, 야박하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만다. 한해를 보내며 나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결과가 어떤지 삶의 대차대조를 만들어 본다. 

 성취만을 위해 달려온 지난날들. 지금은 무엇이 남았을까.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이나 했는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게으름에 빠져 해야 할 것들을 마냥 미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다른 사람이 잘된 것에 시기와 질투를 하지는 않았는지. 즐겨보던 영상에서 다른 신을 하느님보다 더 신뢰를 하지는 않았는지.

 모든 게 해당되어 씁쓸해온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지금만 이런 것은 아니다. 새해가 시작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또 작은 것 하나라도 진정성을 담아낸다고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엷어졌고 아예 잊어버렸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뻔뻔하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뻔뻔함이 무감각에 이를 무렵 한해를 보내는 시점에 닿았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그래도 다짐이라도 한 것이 어디냐 시며 나의 한 해를 칭찬하시지나 않을까. 아니면 그래, 새해엔 그러지 않을 거라시며 다독여 주실 지도 모른다고 또 염치없는 합리를 반복하는 내 삶의 형태가 싫고 부끄럽다. 

 혹시라도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생기면 책임전가를 시킬 누군가를 물색했을 거며 대상을 포착하고는 조금이라도 부담을 떨쳐냈다. 마치 아이들이 무섭다고 얼굴만 가리는 것처럼. 모든 것들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해결이 되며 결말도 깔끔하다. 회피하고 숨기려들면 자신을 기망하고 하느님을 속이는 것이다. 날아가는 새들의 숫자까지 아시는 하느님을.

 

 하느님, 이렇게 속물스러운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제가 했던 행동과 말이 하느님의 가르침에 어긋났다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진심으로 용서를 청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제가 행한 악습을 되풀이 하지 않게 늘 지켜보시어 참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