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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빛을 따라서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1-01 조회수 : 3

성탄 전날 오후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운동 삼아 시내로 산책을 나갔다. 성탄이니까

기쁜 마음에 집안을 밝은 분위기로 밝히고 싶어 꽃을 사기로 했다. 노란프리지아가 눈에 들어와 가격을 물었더니 내가 생각했던 다발의 가격이 한 대 가격이 아닌가. 다시 자색빛깔 소국을 가리켰지만 가격이 다르지 않았다. 한참을 여러 꽃들의 가격을 물었지만 내가 살 수 있은 꽃은 없었다. 애써 마음을 다잡았고 꽃을 구경하며 기웃거렸다. 젊은 남자들이 꽃다발을 사러 줄지어 들어오는 오는 게 아닌가. 게다가 손에 케이크상자를 들고. 

 성탄이 언제부터 연인들의 기념일이 된 것일까. 누구의 탄생을 축하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일까. 거리를 살펴봤지만 비슷한 모습이었다. 

 고교에 다닐 때 화실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 더 실력이 좋았고 가톨릭계통의 여고를 다녔지만 성당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가끔 그 친구에게 빛이 났었다. 수선스럽게 나를 전교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항상 나이답지 않게 온화한 모습이어 마음이 끌렸다. 대학에 입학한 그 해, 성탄 전날 친구가 만나자고 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맥주집이나 커피숍을 가지 않고 명동성당으로 나를 데려가는 게 아닌가. 어정쩡하게 미사를 드리고 꽤 늦은 시간인데 노신부님을 만나 뵙자며 팔을 잡아끌어 끌었다. 마치 친할아버지를 대하는 것처럼 잔소리와 깔깔 웃으며 나누는 대화와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는 친구와 신부님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나는 노신부님에게서 책을 받고 차와 과자를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내가 개종을 했고 어쩌다 명동성당을 갈 때면 그 친구 생각이 나곤 한다. 아마 그 친구의 빛이 미리 나를 준비시킨 게 아닐지. 연락이 끊긴 그 친구는 어디서든 빛을 내며 살고 있을 것 같다. 조용하고 겸손한 친구였으니까.

 새 해가 다가왔다. 사람들은 일출의 빛을 보기위해 계획을 세운다. 동해의 어느 지역의 일출이 멋지다며, 서해 쪽의 특정한 지역에 일출의 빛이 아름답다며, 아니면 동네에 있는 야산에 올라도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며 나름의 일출을 맞는 것으로 새해를 반긴다. 일출은 웅장함이 있어 사람을 압도시킨다. 솟아오르는 태양의 빛에 딸려가는 듯, 에너지를 느끼게 될 것이며 이 거대한 빛에 희망을 염원하게 된다. 그 빛의 에너지가 자신의 염원을 이롤 것이라 굳게 믿는 마음일 수도 있다.  

 새해에는 예수님의 어깨를 짓누르는 어려운 청원을 드리기보다 살아있음을, 예수님께서 베푸신 사랑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천천히 예수님을 빛을 따라 한걸음씩 떼는 게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