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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골성지 신부님 글

3월 묵상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01 조회수 : 314

3월 묵상글



+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하는 사순시기 보내시길 기도드립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진리와 자유의 길을 걸으시길 빕니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셨고 힘들어 하셨지만 저는 나름 좋았습니다. 비록 많은 눈을 치우느라 진땀 좀 빼기도 했지만 그래도 눈이 오는 모습, 아니 눈송이 하나 하나는 저에게 기쁨입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의 하나는 눈이 생겨나는 이유에 있습니다. 눈은 하늘에 올라간 먼지 따위가 찬 기운과 수분을 만나 빙정이 됩니다. 그리고 그 빙정은 다시 수분을 만나 자라면서 여러 가지 모양의 눈송이가 되며, 무거워진 눈송이들은 하늘로부터 땅까지의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여행을 통해 수많은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저로 하여금, 아무 것도 아닌 제가 하느님과 그분의 선물들로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하느님의 보내심에 대한 충실함이 세상에 기쁨과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이 희망은 부족하고 서투른 저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 줍니다. 그래서 아직도 눈을 보면, 기쁨과 즐거움이 앞섭니다.


물론 눈이 온다고 마냥 기쁨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그 눈들이 녹아내리면서 사라지고 티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들과 새로운 모습을 금방 잃어버리는 자신을 떠올리게 되어 속상하고 서글프고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현실과 한계와 부족함을 금방 인정하게 되고 그 안에 주저앉게 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 저에게 새로운 것을 떠올리게 해주십니다. 그 새로운 것이란, 순교자들의 삶입니다. 그들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은총과 새로운 모습을 지키는 방법과 그 모든 것을 영원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또 그렇게 실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이 아닌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분의 것으로 자신을 만들고 다듬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노력으로 그들은 순간일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운명을 영원으로 바꾸었고 잃을 줄 알았던 것들을 하나도 잃지 않고 더 많이 얻어 풍요롭게 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은 어떻게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은총과 새로운 모습을 지키고 그 모든 것을 영원하게 하였을까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시는 것은 다 좋은 것이라는 믿음과 하느님께서 밝혀주신 빛 안에 머무는 일로 그리하였습니다. 곧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삶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자신을 허무하게 만드는 세속적인 것들과 악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켰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하느님 안에 머물렀고 그분의 사랑으로 거듭나고 자라났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많은 이들을 감화하는 영웅적이고 자비로우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하늘로 올려져 세세대대에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사순시기를 지내는 지금의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고 본받는 일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우리가 그들을 본받고자 한다면, 우리도 거룩한 마음과 의지로 시작한 일을 온전히 마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이 보였던 믿음과 사랑을 우리도 드러내게 되어 놀라운 은총과 참된 결실들을 차지하며, 그 선물들로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제 곧 새로운 시간을 맞게 되는데, 그것은 사순시기가 끝나 버리게 되는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을 완성하는 예수님의 부활의 순간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흐름 대신 하느님의 계획에 온전히 참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두고 더 없이 기뻐하며, 그분을 더욱 닮게 된 자신을 두고 놀라고 행복해 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늘의 성인들과 순교자들이 보인 모범을 따라 자신에게 합당한 믿음과 사랑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허무하게 스러질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선물들로 영원하게 합시다.


부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기도하고 응원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

이건희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