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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마음의 감옥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01 조회수 : 5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3월 


+ 마음의 감옥 

  꽃피는 춘삼월입니다. 기지개를 펴고 새봄을 맞이하였으면 합니다. 양근 성지 후원 가족 모두 봄 향기 가득한 날 되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성지 주변이 온통 공사판입니다. 성지 큰길 너머는 신축 아파트 공사가 한 참 진행 중이고 성지 강변은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출렁다리는 떠드렁 섬과 양강섬(순교지), 그리고 성지 주변 물안개 공원을 연결하는 y자 형태입니다. 출렁다리가 완공되면 양근성지 명물이 될 것입니다. 매일 아침, ‘참 인간상’과 출렁다리 공사하는 쪽을 향해 축복의 기도를 하니 5월, 6월이면 멋진 출렁다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라는 책에서 동굴의 비유를 들어줍니다. 동굴의 비유는 플라톤 철학의 핵심입니다. 동굴 속 죄수들이 그림자를 실재라고 착각하는 모습은 무지와 허상을 살아가는 인간을 상징합니다. 동굴 밖으로 나가 태양(선의 이데아)을 본 철학자는 진리의 세계에 도달한 자입니다. 하지만 철학자의 사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동굴 안으로 내려와 다른 사람들을 깨우쳐야 합니다. 한마디로 철학자는 지혜와 책임을 동시에 지닌 존재인 것입니다. 

  동굴의 비유는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먼저 ‘이데아’라는 말은 ‘본다’라는 의미가 있고 ‘본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신앙적으로 볼 때 참 본질인 하느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는 참인간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떠 올릴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요한 2,13-14)

  예수님의 성전 정화는 너무도 유명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성전은 우리의 마음을 상징합니다. 소는 과거에 묶여 허우적대는 나를, 양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몽매한 대중을, 비둘기는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우리를, 환전상은 돈에 묶여 있는 모든 인간을 상징합니다.

  플라톤 동굴의 비유와 성전 정화 비유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리 인간은 본질이고 진리인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무지와 허상을 쫓아 한시도 쉴 날이 없으며,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살아갑니다. 동굴에 갇힌 죄수나 마음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는 모두 똑같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동굴, 아니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지난 2월, 사는 게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는 것도 지겹고, 기도하는 것도 지겹고, 사람 만나는 것도 지겹고 모든 것이, 지겹기만 했고 마음이 많이 괴롭고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남한 강변을 무작정 걷고 땀을 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우울한 기분이 좀 나아지기 시작하고,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마음의 감옥 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데, 탈출하기 위해서는 선이고 본질인 태양, 즉 하느님을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마음 안에도 계시고 세상 안에도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서는 이데아의 본뜻인 올바른 바라봄이 필요한 것입니다. 마음과 세상을 바라볼 때 올바른 통찰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끕니다. 

  한편 동굴의 비유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았으면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동굴에 묶여 바깥세상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뒤에서 불빛을 비추며 지나가는 사물의 그림자만 보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가 실제 사물과 태양을 바라보게 되면, 지금까지 현실이라고 여겼던 그림자가 단지 모양일 뿐이며, 세상에는 훨씬 더 넓고 선명한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늘 우리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환경과 편안한 사고방식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형성된 그림자를, 사실이라 믿곤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 한마디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절대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플라톤의 비유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것이 정말 진실인가? 아니면 단지 그림자일 뿐인가?” 이 질문은 우리가 생각의 틀을 벗어나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이끕니다. 

  이런 의미에서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곧 동굴 밖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때만이 동굴 밖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을 너그러이 포용하는 마음은 필수, 일 것입니다.


2026년 3월 동굴 밖으로 탈출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