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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무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01 조회수 : 3

중동지역은 참 특이하고 복잡하다. 오랫동안 총성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생김도 비슷한 민족끼리 잦은 충돌로 인해 기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는 혼란과 복잡이 혼재되었으며 풍경마저도 음험한 느낌이 든다. 허허벌판인 광야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나무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곳인데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살고 있는 사람을 목격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총성이 들리고 버려진 사망자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으로 기인된 방어의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파고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점에 따라 그들의 행위가 나쁘다거나 극한 생존이라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납득은 되지 않았다. 

 나는 중동지역의 독특함에 흥미가 있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자주 찾아보게 된다. 영화 “그을린 사랑” 이 그 참상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영상을 찾아보다 흥미를 끈 어그로가 있었다. 

 “예수의 무덤 청소하는 한국인” 영상엔 민머리사제의 해맑은 모습을 보여준다. 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에 성묘교회가 있다. 성묘는 글자 그대로 예수님의 무덤이다. 성묘교회는 6개의 종파가 상주해 관리를 하고 30개의 채플이 있다. 각 종파마다 영역을 문장과 바닥에 테이프를 부쳐 표시를 한다. 어느 종파의 영역은 사람이 세 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면적인 교회도 있다. 

 공영방송사의 여행 다큐 프로의 연출자가 만든 유튜브에 예수님의 무덤을 청소하는 사제의 모습을 취재한 영상이 있다. (유튜브, 역마살 로드 참조) 

 예루살렘의 구시가지 길은 폭이 매우 좁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길이다. 600m의 길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 넘어지시며 손을 대셨던 돌도 볼 수 있다. 그 길은 골고타언덕으로 오르는 고난의 길이다. 좁은 길을 힘들게 지나 골고타에 오르게 된다. 골고타언덕은 원래 버려진 채석장이었으니 험준함을 짐작할 수 있다. 

 예수님이 묻히셨던 무덤을 매일 청소하는 사제는 수도회소속의 조상연 스테파노 신부님이며 그곳에 상주하고 있다. 6개의 종파들은 충돌을 막기 위해 합의법안을 만들었다. 스타투스 쿠오(현상유지원칙)이 그 법안이다. 예를 들면 세 여인이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바라보던 장소는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관리, 예수님이 사형 전 묶여 있었던 돌의자는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관리,

예수님이 갇혔던 감옥은 그리스정교회 등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기로 교단이 합의 한 것이다.

 PD가 조상연신부님께 청소하는 과정에서 충돌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빗자루전쟁이 있긴 했다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면서 일부러 경계선을 넘은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경계를 넘었을 거고 누군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을 것이다. 몸싸움이 아니라 빗자루를 서로 밀고 당기는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상상된다. 

 매일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쓸면서 자신의 정화예식처럼 숭고함이 배어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분들의 노고로 정갈한 무덤을 순례할 수 있다.

 사 십 여일의 사순시기가 끝나는 성목요일까지 어떤 자세로 지내야 할지를 고민했다. 오로지 요한복음에만 나와 있는 예수님이 성목요일에 행하신 세족례를 떠올리며 낮은 자세가 되어 겸손으로 타인을 존중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