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달라지는 봄날이다. 겨울의 차가움이 사라지지 않을 듯 기세를 부리더니 한껏 꺾이고 말았다. 자연의 섭리는 차가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조화롭게 다스렸다. 우리의 삶에 정의를 따라야 하는 이치를 가르치려는 것일까. 봄꽃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취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삶의 마지막을 꽃을 피우듯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갈망하며 하루를, 한 달을 또 한 해를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이었다.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송에 중용을 지키지 않고 한 곳에 치우친다고 비판을 받던 공영방송사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성물”이라는 주제로 각기 다른 종교와 사랑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사창립 대기획으로 4부로 나누어 보여줬다.
1부는 언약으로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약속의 성물에 관해서였다. 내전과 가뭄으로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린 어느 가족, 아들인 소년은 에티오피아정교의 사제가 되기 위해 깎아 낸 것처럼 험한 돌산의 정상에 있는 교회를 오르내리며 신심을 키워가는 과정을 이년 여에 걸쳐 촬영을 했다.
2부는 초대로 하느님의 부름과 인간의 응답에 관한 것이다. 시각을 잃은 여자가 하느님의 부름에 수도자가 되어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3부는 말씀으로 기록과 전승을 통해 이어져 온 신성한 메시지를 알아내어 지키려는 과정을 보여줬다. 말씀은 정의와 사랑이지만 다르게 해석된 교리로 인해 갈등과 고민을 하며 겪는 혼란 속에서 올바른 메시지를 찾는 청년의 이야기다.
4부는 마음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성물이 무엇인지, 사람의 마음을 진심을 다해 조명하는 내용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이십대의 딸이 이태원참사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 딸은 명동성당에서 교리를 받던 중이었고 부모는 희생자 가족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 서로 의지하고 위로의 나날을 보내면서 영세를 받게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하나가 되면서 나눔과 너그러움으로 서로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소중함을 찾아내게 된다.
알고는 있지만 그저, 자신에게 생긴 게 아니라서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막막함 속에서도 배려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사람도 있다. 알려고 들지 않아 알 수 없는 것은 이기적이거나 선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내면의 단단함은 여러 과정을 겪어야 얻을 수 있다. 과정엔 고통과 분열, 또 혼란이 혼재되어있다.
지금은,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하느님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곧 만나게 되는 부활의 예수님을 어떻게 맞아야하는지를 깊게 묵상해야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