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근성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5월 인사 올립니다. 아름다운 성모님의 달 5월입니다. 세상이 온통 꽃과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성모님과 함께 이 아름다운 시절을 만끽했으면 합니다.
지금, 이 시간 아름다운 봄노래를 들으며 여유롭게 후원회원님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찬란한 이 봄, 양근 성지 후원 가족 모두 여유롭고 평화롭기를 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계절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위 모든 것을 소진한 ‘번아웃’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밥 먹는 것도 귀찮고, 사람 만나는 것도 지겹고, 기도하는 맛이 떨어져 모든 것이 귀찮은 사람들 말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감을 겪으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입니다. 연소 증후군, 탈진 증후군이라고 불리며,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대인의 질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우울증과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도움을 줍니다. 최근 무기력감이 지속되는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늘었는지, 성취감이 줄었는지 등을 스스로 체크해 보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십시오. 내가 지금 번아웃 증후군을 앓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요.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다. 그런데 작은 아들이, ‘아버지 재산 가운데에서 저에게 돌아올 몫을 주십시오,’하고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가산을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자기 것을 모두 챙겨서 먼 고장으로 떠났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방종한 생활을 하며 자기 재산을 허비하였다.
모든 것을 탕진하였을 즈음 그 고장에 심한 기근이 들어, 그가 곤궁에 허덕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 고장 주민을 찾아가서 매달렸다. 그 주민은 그를 자기 소유의 들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다. 그는 돼지들이 먹는 열매 꼬투리로라도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아무도 주지 않았다.
그제야 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버지의 그 많은 품팔이 꾼들은 먹을 것이 남아도는데 나는 여기에서 굶어 죽는구나.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렇게 말씀드려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는 일어나 아버지에게로 갔다.”(루카 15,11-20)
위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돌아온 탕자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뉘우치는 회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탕자는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소진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은 용기를 내어 아버지 품 안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갈 의미와 힘을 모두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에 브레이크를 걸고 잠시 쉬었으면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조용히 눈을 감고 몸과 마음을 객관적으로 챙기는 ‘마음챙김’ 기도가 필요합니다. 조용한 성당이나 조용한 장소에서 그냥 눈을 감고 몸과 마음을 살피십시오. 그러면 내가 ‘번아웃’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번아웃’이라면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안아주고 사랑해 주십시오.
저도 ‘번아웃’에 걸릴 때가 옵니다. 그러면 삼겹살에 소맥 한잔 먹고 침대라는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 그다음 날까지 눈을 감고 있습니다. 잠이 오면 자고요. 그러면 몸이 좀 회복됨을 느낍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흠뻑 맞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뛰다, 걷다, 를 반복하면 몸이 좀 개운 해집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한계를 아시고, 우리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었으면 합니다.
특히, ‘번아웃’으로 힘 들어 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아닌, 때를 살아야 합니다. 시간을 하루 24시간으로 나누고 주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무한반복 하며 살면은 쉽게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때를 산다는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만을 골라 하기에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미사 전례에서 선포되는 복음 말씀은 항상 “그 때에”로 시작합니다. 이는 복음이 2000년 전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선포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 때를 통찰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제는 시간이 아닌 그때를 알고 살아야 할 것 입니다.
2026년 5월 삼겹살과 소맥이 땡기는 날입니다.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