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사람의 감정은 닮았다. 여름이 한창인 요즘, 30도를 오르내려 불쾌감을 불러오더니 느닷없이 기온이 떨어져 서늘할 때가 있다. 원인이 불분명한 사소함으로 화가 나서 속이 부글거리다가도 우연히 찾아든 계기로 기분이 한껏 부풀어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을 때가 있지 않는가.
국문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인 고 이어령박사가 생전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드러내야 할 것과 감춰야 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감춰야 할 것들.
첫 번째는 자신의 선행
두 번째는 가족의 흠과 자식이야기
세 번째는 자신의 고통과 억울함
네 번째는 자신의 재산과 성공
네 가지는 현재진행이 아니라 지나간, 살아오며 있을 법한 것들이다. 첫 번째 자신의 선행은 본인이 드러내기보다 감춰야 하는 게 맞다. 감춰진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행이나 자선은 향기가 풍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간단히 표현하면 선한 영향력이다. 우리 속담에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고 했다. 선행은 본인이 아무리 감춘다고 해도 형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만 드러내는 것을 본인이 하지 않아야한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거나 베풂의 가치가 엷어지기 때문이다. 선행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잊어버릴 때 더 찬란하게 빛이 난다.
특히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머리카락의 개수도 아시는데 굳이 본인의 선행을 자랑하는 것은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난 것이다.
마태오복음서 6장 3절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우리는 이 구절을 자주 기억해야 한다. 자선이 마치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풍경을 보면 잘 지내다가도 헤어질 때쯤 명쾌하지 않은 감정으로 어색하거나 등을 돌리기도 한다. 감춰야 하는 것들을 드러내 누군가는 특별함이며 기쁨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를 배려하여 말수를 줄이고 네 가지를 지켰다면 충돌이나 서운함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선행과 재산, 자식자랑, 배우자나 가족의 흠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행위는 자신을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기보다 옹졸함으로 비춰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살면서 이해충돌로 인해 생긴 억울함과 울분을 누구 때문이라고 원망하기보다 자신을 성찰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지혜이며 양심이다.
어느 곳에서나 자신을 빛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는 다든가, 무시하여 하찮게 여기지 않고 배려한다면 그것은 존중이며 사랑이고 하느님의 가르침이다.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