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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골성지 신부님 글

8월 묵상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8-01 조회수 : 258

  +그리스도 우리의 빛!


  긴 폭염 속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얻으시길 기도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는 장마가 좀 늦지만 기간이 길고 비도 무척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짧았고 비도 그리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또 그즈음해서 코로나도 한풀 꺾여 우리의 생활에 조금 숨통이 트일 줄로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맹렬해진 코로나의 위세로 우리의 생활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자신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를 무력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때에 미사까지도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신앙인인 우리의 정체성도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무엇으로 분명함과 확실함을 얻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신앙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니 강렬한 햇살이 세상을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햇살 아래에 나무와 꽃과 풀들이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서 있었습니다. 강한 햇살은 모든 것을 메마르게 하고 태우려는 것 같았지만 그럴수록 나무와 꽃과 풀들은 싱그러웠습니다. 또한 점점 더 크게 자라며, 더 강한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강한 햇살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더욱 열심히 땅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나무와 꽃과 풀들은 저에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서라.’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는 저에게 ‘신앙을 지키고 자라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미사를 할 수 없어서 신앙이 약해진다.’ ‘기도하기 어렵다.’ 등등의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이런 말이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우리의 순교자들의 모습과 삶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그들 중에는 세례만 받고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들에게 신앙이 약해지는 이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하고 모진 박해가 찾아와도 그들은 굳건해졌고 모질고 괴로운 상황을 겪을수록 단단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놀라운 사랑과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었습니다. 이는 신앙이 흔들리고 위협받을 때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말씀과 사랑이라는 토양에 자신의 뿌리를 더욱 깊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인 자신에게 맞는 삶의 태도와 방식을 통해 믿음의 대상인 하느님을 만나며,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고 굳건하게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참 기쁨과 행복, 생명과 영원과 같은 새로운 결실들을 맺었습니다.


  순교자들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지금의 현실은 우리의 신앙생활과 삶을 너무 힘들고 어렵게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잡다한 생각과 걱정에 빠지게 하며,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만들어 자신의 참된 모습과 삶을 잃게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휩쓸려 믿음과 삶과 다가올 결실을 잃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뙤약볕 아래서도 자신을 지키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결실을 준비하는 나무와 꽃과 풀처럼 하느님 말씀과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설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무엇에도 맞설 수 있는 강한 자신을 발견하고 짓눌리지 않는 믿음과 삶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참된 인간미와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커지는 결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자신의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때, 빛과 믿음과 삶을 잃은 쳐진 모습이 아니라 빛과 믿음과 삶의 신비가 가득한 행복한 모습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이 덥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찬 것만 찾으시지 말고 우리를 더 강하게 하고 새롭게 하는 하느님 말씀과 사랑 안에 머물며, 모든 순간을 기쁨과 희망으로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로운 사랑 안에서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