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미사
- 2025년 5월 24일 오후 7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 -
오늘 우리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반포 10주년을 기념하며, 하느님 창조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이 위기에 처한 공동의 집을 위해 다시 기도와 행동을 다짐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난 부활 대축일 다음 날 귀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애와 유산을 묵상하며, 그분께서 남기신 예언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교황님께서는 강하게 ‘기후 위기’를 경고하시고 ‘생태적 회개’를 요청하셨고, 인간의 무관심과 탐욕이 지구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우리 눈앞에 드러내 주셨습니다. 교황님은 ‘통합 생태론’을 제시하시며, 기후 위기와 사회 불평등, 인간의 영적 위기 사이의 깊은 연관을 통찰하셨습니다.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의 탐욕이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생태적 회심 없이는 진정한 회복도 없음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LS 91)라는 말씀은 오늘날 우리 시대의 영성의 중요한 측면을 반영합니다. 자연의 파괴, 가난한 이들의 고통, 소비에 중독된 삶, 공동체의 해체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됩니다. 하느님 없이 인간이 중심이 되려는 교만과, 기술·소비·효율을 숭배하는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 탐욕과 무관심은 자연을 파괴하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며,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영적 공허와 같이 현대의 다양한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10년 전 반포된 이 회칙은, 단순히 교회의 문헌을 넘어, 전 세계를 향한 도덕적 외침이 되었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을 앞두고 발표된 교황님의 메시지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양심의 울림이 되었고, 국제 사회는 파리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온 상승 억제를 다짐했습니다. 교황님의 목소리는 정치와 경제를 초월한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그 후로 수많은 가톨릭 단체와 시민들이 이 정신을 따라 기후 정의와 생태 보존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한국 교회도 그 길에 함께해 왔습니다. 2020년 10월 16일, 코로나19 팬데믹의 첫 해였던 그해에 주교회의는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특별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하였고, 그 다음해 2021년 5월 24일부터 보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에 따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 주간’과 ‘창조 시기 기도와 실천’, ‘기후행동 캠페인’, 생태환경 교육과 생태환경 사도직 확장, 다양한 지역 현안 등 여러 곳에 우리의 손길이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해마다 통합생태론의 전망 안에서 우리의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생겼고, 여러 본당과 수도회, 교구, 가톨릭 단체에서 환경 교육과 기후행동, 다양한 실천 운동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안타까운 현실도 만나게 됩니다. 기후 위기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정책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지난 3월 세계기상기구는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지 통계가 아니라, 생명의 위기이자 우리 삶의 근간을 위협하는 경고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님은 담화를 통해 새롭게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덕목을 제시하며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도록 촉구하셨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첫째,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어야 하고, 둘째,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 셋째, 평화를 일구는 대통령, 그리고 네번째로,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제시하셨습니다. 환경과 생명을 위한 정책이 더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권을 위한 중심 가치가 되고 있으며, 지금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분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제 밤에도 대통령 후보자들의 TV 정책 토론회에서 답답하고, 과거에 사로잡힌 인식을 마주해야 했던 힘든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마지막 부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자신을 온전히 바치고 아낌없이 내어 주라고 권유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힘과 빛을 주십니다. 우리를 매우 사랑하시는 생명의 주님께서는 늘 이 세상 중심에 현존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 몸소 이 땅과 궁극적으로 결합하셨고, 그분의 사랑은 우리가 새로운 길을 찾게 언제나 우리를 이끌기 때문입니다. 주님, 찬미받으소서!”(LS 245)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는 다시 희망을 선택하고 책임을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가 삶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서, 생태적 회개의 길로 나아가면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지구 위에서, 모든 피조물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이어가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10)는 그 말씀이 우리의 미래에도 울려 퍼지기를 기도하도록 합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 2025. 5. 24.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미사가 박현동 아빠스의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 2025. 5. 24.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미사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2025. 5. 24.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기념 미사 전에, 가톨릭기후행동 풍물팀을 선두로 정동 주변을 행진하며 기후 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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