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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선출 감사 미사, 교황대사 축하 메시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6-17 조회수 : 69

레오 14세 교황 선출 감사 미사

교황대사 축하 메시지

(2025년 6월 16일(월) 14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 대성당)

 

 

한국 교회가 주교와 사제, 수도자와 평신도와 함께 보편 교회와 하나 되어 하느님께 감사를 올리는 이 미사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성령께서 우리 교회에 놀라운 선물을 주셨으니,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께서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으로 베드로 사도의 새로운 후계자가 되셨습니다. 지난주 저는 레오 14세 교황님을 뵐 수 있는 영광과 기쁨을 누렸습니다. 한국 교회가 교황님의 베드로 직무 수행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인사와 확신을 전해드렸더니, 교황님께서는 따뜻하게 응답하시며 축복을 보내주셨습니다.

 

지난 5월 8일 저녁,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흰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는 순간부터 온 교회에 기쁨과 감동이 물결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부제급 수석 추기경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께서 “새로운 교황이 탄생했습니다” 하고 장엄하게 선포하자, 레오 14세께서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의 깊고 감동적인 침묵, 온화한 손인사, 목소리에 스며든 벅찬 감정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았습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첫 인사말과 함께,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깊은 감동에 빛나는 얼굴과 눈빛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깊이 울리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으로 생긴 슬픔이 이 순간 따뜻한 위로를 찾는 듯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짧은 콘클라베, 단 네 번의 투표로 선출되신 그분은 이제 제267대 교황으로 베드로의 거룩한 사명을 시작하셨습니다. 선출 이전에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직접 로마로 부르시어 주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기신 분이 바로 그 후계자가 되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처음으로 ‘로마와 온 세상에’ 강복을 내리실 때 새로운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이후 관례가 된 간단하고 즉흥적인 인사에서 과감히 벗어나, 친필로 정성스럽게 쓴 메시지를 읽으신 것입니다. 그 메시지는 그분 마음 깊은 곳의 소중한 가치들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모든 이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 평화와 정의를 향한 끝없는 갈망, 갈라진 세상에 다리를 놓는 일, 그리고 그리스도의 빛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 세상을 위해 사명을 수행하는 시노드 교회의 모습을 그려 보이셨습니다. 

 

최초의 북미 출신 교황이자 최초의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서 교황님께서는 존재 자체로 교회의 보편성을 드러내시며, 교황이라는 이름에 담긴 다리 놓기의 사명을 몸소 실현하고 계십니다. 미국의 시카고, 페루의 치클라요, 그리고 이탈리아의 로마, 이 세 도시가 그분의 풍성하고 다채로운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 무대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의 뿌리를 간직하고 계시지만, 사실 그분의 마음은 온전히 남반구, 특히 선교사로 첫발을 내디디고 이후 수년간 주교로 헌신하신 페루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회 총장으로 봉사하면서 쌓아오신 폭넓은 통솔 경험 또한 그분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고 다정히 부르시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신 후 환한 미소와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이렇게 전하셨습니다.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 마음속으로 들어와,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이, 모든 민족과 모든 땅에 가닿기를 빕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그분은 선출 후 첫 메시지에서 “평화”라는 말을 열 번이나 반복하시며 그 깊은 뜻을 풀이해 주셨습니다.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첫 번째 ‘부활 삼종기도’ 훈화에서 교황님께서는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평화를 포기하지 않으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하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선출일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과 맞아떨어진다는 뜻깊은 우연을 강조하시며,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1965년 유엔 연설을 통해 온 세상에 외치셨던 그 간절한 호소를 다시 한번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하셨습니다.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교황청 주재 외교단과의 만남에서 평화가 결코 수동적이거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평화는 모든 사람을 내적 회심으로 이끄는 살아있는 선물이며, 무엇보다 마음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교만을 뿌리째 뽑아내고,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히 하며, 마음의 동기를 맑게 정화할 때 비로소 참된 평화가 피어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깊은 성찰 속에서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평화를 이룩하는 데 있어서 종교의 역할과 종교 간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페루에서 주교로 계실 때 이미 선택하셨던 문장과 표어를 교황 문장과 표어에 그대로 간직하기로 하셨습니다. 사목 표어인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는, “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여럿이지만,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하고 설명하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시편 해설 말씀을 떠올려 줍니다. 교회 안에서 친교를 가꾸어 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시작하신 시노드 여정을 이어, “함께” 그리고 “서로 다 함께” 계속 걸어나가는 길을 약속하셨습니다.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고 모든 이를 품어 안는 교회의 모습을 그려 보이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명확히 밝히셨습니다.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우리는 레오 14세 교황님의 수많은 공개 활동을 통해 그분을 더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교황이 되신 첫 순간부터 그분께서는 겸손한 일상 속에 뿌리내린 소박하고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을 가까이에서 모신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분은 누구든지 편안하게 받아들이시고 협력을 통한 일치를 중시하시며, 무엇보다 깊은 경청과 끊임없는 기도 안에서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이런 귀한 자질과 함께 그분의 풍부한 인생 경험, 그리고 성 아우구스티노의 참된 영적 아들답게 쌓아오신 깊은 학식은 교회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봉사에 더없이 소중한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겸손한 인품을 통해 당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즉시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자기중심적인 관점이 아니라, 선출 다음 날 당신을 선출한 추기경들과 함께 거행한 ‘교회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밝히신 대로 “그리스도께서 머무시도록 물러나고, 그분께서 알려지시고 영광을 받으시도록 스스로 작아지는 것”이 바로 그분의 마음입니다.

 

같은 강론에서 교황님께서는 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등대”가 되어야 하며, “교회 구조들의 장엄함이나 교회 건축물들의 웅장함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의 거룩함을 통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5월 28일, 세 명의 빛나는 프랑스 성인들의 시성 100주년을 맞아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프랑스 주교회의에 뜻깊은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성 요한 외드,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기억하는 이 특별한 날에 프랑스 교회가 성인들의 영적 보화를 다시 발견하고, 깊은 도전과 시련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용기와 새로운 활력으로 그 보화를 세상에 내어놓기를 당부하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예수 성심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를 되새기시면서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거듭 확인해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프랑스 주교단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인들은 저절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은총 안에서, 그들에게 신앙을 온전히 전해줄 수 있었던 살아있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태어납니다.” 이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오늘날 신앙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입니다. 이 메시지는 프랑스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편 교회와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땅”인 우리 한국 교회를 위한 격려이자 선교 사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라는 부르심을 받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그분을 깊이 닮은 모습으로, 레오 14세 교황님 역시 선출 당일 첫 모습에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모든 이를 기도로 하나 되게 하셨습니다. 성모송을 함께 소리 내어 바치자고 청하신 그분께서는 당신이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에 선출되었다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 곁에 계시며,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당신을 보려고 성 베드로 광장에 구름처럼 몰려든 하느님 백성들과 이렇게 따뜻한 만남을 나누신 교황님께서는 광장의 모든 사람들을 기도하는 한 목소리로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전대사를 베푸시고 강복을 내려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모든 지역 교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일치의 표징이신 로마의 주교 레오 14세 교황님을 기도와 사랑으로 동반하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교황님께서는 베드로의 사명을 이어받으시어 역사 안에서 교회를 이끄시는 주님의 대리자이시며,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이십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 시대에 교황님께서는 우리를 일치로 이끌어주시고 믿음 안에서 굳건히 세워주고 계십니다. 또한 온 인류에게 확신과 희망을 전해주시는 분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목자이십니다. 특히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거룩한 희망의 희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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