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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메시지]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 기념 미사 주한 교황대사 메시지(2026년 3월 11일, 명동대성당)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11 조회수 : 24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 기념 미사

주한 교황대사 메시지

(2026년 3월 1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저녁, 한국의 모든 주교님과 함께 레오 14세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고자 이 아름다운 주교좌성당에 모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하느님께서 보편 교회에 ‘레오 14세 교황의 교황직’이라는 선물을 주신 데에 감사드리는 시간입니다. 또한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교황님께서 수행하시는 사명을 위해 한국 교회가 한마음으로 기도를 바치며, 교황님을 향한 우리의 애정 어린 친밀감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교회 안에는 깊은 감동의 순간들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가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절실히 체험했습니다. 신앙의 은총과 교회 안에 머무시는 성령의 빛이 있었기에, 우리가 겪은 여러 신앙의 사건들을 더욱 깊이, 그리고 구원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교회는 성령께서 베푸시는 은총에 힘입어 살아갑니다. 교회는 단순히 인간의 계획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 계신 성령께서 하느님 백성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시고,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렇다면 성령께서 주역이 되시는 이 교회에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길을 걷는 나그네들’입니다. 멈추지 않고 여정을 이어가는 신앙인, 끊임없이 주님을 찾는 신앙인들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이제 찾을 만큼 찾았다.’라고 단정 짓고 안주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완벽한 확신을 가진 삶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조금씩 보여 주시는 그 길을 찾고, 귀 기울여 들으며 걸어가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 길이 불분명해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초대입니다. 인내하며 기도하고, 함께 식별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레오 교황님 역시 한결같고 섬세하며 깊은 성찰이 깃든 리더십으로 이미 우리에게 이런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 걸어오신 개인적인 삶이 이러한 ‘순례자의 영성’을 잘 담아냅니다. 로버트 프레보스트라는 한 젊은이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따라 고향을 떠났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들어가 페루에서 선교사로 봉사했으며, 전 세계 수도 공동체를 이끌기도 했고, 마침내 주교가 되었습니다. 북미와 남미, 또 유럽 등 여러 대륙의 다양한 문화를 깊이 경험한 교황님께서는 ‘열린 마음’과 ‘만남’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수많은 삶의 경험이 교황님을 민족과 민족 사이를 잇는 다리로 만들었고, 장벽을 쌓기보다는 경계를 넘나드는 일에 더욱 익숙하게 해 주었습니다.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보여 주신 교황님의 행보 또한 개인과 민족 사이, 지역과 세계를 쉼 없이 오가며 이루어진 구체적이고 생생한 여정입니다. 그 여정은 신앙의 땅과 삶의 구체적인 상황들, 평범한 일상, 그리고 고통과 억압의 현장을 가로지르는 길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 모든 국가의 희망이 깃든 그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계십니다.

 

교황님의 진실하고 열정적인 목소리는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뚜렷한 확신과 진리를 전해 줍니다. 전임 교황님들의 뒤를 따라, 레오 교황님의 목소리도 평화를 향한 ‘위대한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레오 교황님의 간절한 호소가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전쟁의 광기가 좀처럼 끝나지 않는 듯합니다.

 

이 하느님의 사람은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에게 겸손히 요청합니다. 고개를 들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오랫동안 기다려 온 평화의 고지”로 이끄는 길을 다시 찾아보라고 초대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평화의 길이요 전통과 문화 안에서 만남의 언어인 기도와 영성,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를 증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하십니다. 또한 “모든 공동체가 ‘평화의 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2026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참조).

 

“성령께서는 장벽을 허무시고 무관심과 증오의 벽을 무너뜨리신다.”라는 사실을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모든 것의 중심이자 정점으로 삼으신 사랑의 계명”(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성 베드로 광장, 2025년 6월 8일)을 성령께서 가르쳐 주시고 권고하시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의 삶의 모범은 교회가 권력이나 강한 확신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성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길이라면 언제든 함께 걸어갈 준비가 된 겸손한 제자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오늘날 세상은 화합하여 힘차게 나아가려는 우리의 굳은 의지를 필요로 합니다. 서로에게 충실하며, 때로는 기꺼이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려는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부활의 승리는 인간의 생각이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죽은 이들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일으켜 주신 성령에게서 옵니다. 바로 이 확신이 우리를 헛된 생각에 빠뜨리지도 않고, 결코 실망시키지도 않는 참된 희망입니다.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과 뜻을 모아 그분과 일치하며, 레오 교황님의 혜안이 담긴 가르침을 우리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실천으로 옮겨 봅시다. 교황님의 모범과 가르침이 우리가 그리스도와 교회를 더 사랑하는 데 힘과 용기를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베드로의 후계자가 맡은 이 사명을, 교회의 어머니요 사도들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구에 맡겨 드립시다. 그리스도께서 교황님에게 맡겨 주신 사랑의 사명을 끝까지 잘 이어가실 수 있도록, 성령 강림의 다락방에서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셨던 성모님께서 변함없는 은총을 청해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주한 교황대사

+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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