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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강론]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 기념 미사 의장 주교 강론(2026년 3월 11일, 명동대성당)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11 조회수 : 14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 기념 미사 강론

(2026년 3월 1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섭리 안에서 베드로 사도의 266번째 후계자로 부름받으신 레오 14세 교황님의 선출 1주년을 기념하며, 이 거룩한 감사의 제단에 모였습니다. 이 자리는 단순히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기념의 자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오셨는지를 깊이 묵상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지난해 4월, 12년 동안 교회와 온 인류를 위해 헌신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하느님 품으로 떠나보내며 우리는 깊은 상실과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의 양 떼를 결코 홀로 두지 않으셨습니다. 슬픔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목자를 준비하시어, 우리가 ‘희망의 순례’를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교회를 이끌어 오신 레오 14세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며, 그분께서 보여 주신 목자의 삶 안에서 우리 자신의 소명을 다시 바라보고자 합니다.


조금 전 들은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 질문은 2천 년 전 제자들에게만 던져진 물음이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각자에게도 여전히 울려 퍼지는, 신앙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망설임 없이 고백합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고백은 머리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체험한 믿음의 응답이었습니다. 예수님을 기쁨과 고통의 한복판에서 함께 숨 쉬시는 분으로 받아들일 때 터져 나오는 영혼의 울림이었습니다.


바로 그 믿음 위에 주님께서는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고,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기셨습니다. 이 열쇠는 특권이나 권력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것은 철저히 ‘섬김’을 위한 도구입니다. 굳게 닫힌 문을 더 단단히 잠그는 열쇠가 아니라, 갈등과 절망으로 잠긴 문을 활짝 여는 열쇠입니다. 배제가 아닌 ‘환대의 열쇠’이며, 단죄가 아닌 ‘자비의 열쇠’입니다. 묶인 것을 풀고, 갈라진 관계를 이어 주며, 상처 입은 영혼을 하느님의 품으로 인도하는 ‘화해의 열쇠’인 것입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1년 동안 바로 이 열쇠를 두 손에 쥐고 세상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셨습니다. 전쟁과 분열,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속에서 교황님은 즉위 미사를 통해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세상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복음을 선포하며,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교회가 됩시다. 이제 사랑하기 위한 시간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교황님의 사목적 여정 전체를 이끄는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교황님은 가난한 이들의 애끓는 외침에 귀를 기울이시고, 난민과 이주민을 위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평화를 위해 중재의 길을 나서며, 불화의 현장에 사랑의 다리를 놓으셨습니다.


특히 교황님께서 보여 주신 ‘경청하는 목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교황님은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리기보다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이십니다. 가장 작은 이들의 목소리 안에서 성령의 이끄심을 식별하고 계십니다. 이는 “여러분을 위해서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할 때는 같은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을 오늘에 되살리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교황님은 우리를 재촉하여 서두르는 길이 아니라, 함께 식별하고 함께 책임지는 길로 초대하십니다. 혼자 빨리 가는 길이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멀리 가는 길로 부르십니다. 서로 다른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깨닫게 하십니다. 그렇게 우리를 ‘함께 걸어가는 교회’, 곧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교회로 이끌고 계십니다.


다가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바로 이러한 ‘함께 걷는 교회’의 기쁨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은총의 장이 될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의 다리를 놓으며, 활짝 열린 교회의 얼굴을 발견하는 축제가 되기를 우리는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 뜻깊은 여정을 준비하며, 우리는 무거운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시는 교황님의 영육 간 건강과 풍성한 사도직의 결실을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이 미사는 교황님을 위한 기도이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향한 초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열쇠를 쥐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나의 말과 행동은 닫힌 문을 더 굳게 잠그고 있습니까,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따뜻한 열쇠가 되고 있습니까?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는 이 시간, 우리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환대와 화해의 열쇠를 들고 살아가기로 다짐합시다. 


좋으신 하느님, 당신의 종 레오 14세 교황을 저희의 목자로 보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에게 지혜와 용기를 더하시어, 거친 세상의 파도 속에서도 당신 교회를 평화로이 이끌게 하소서. 또한 저희도 마음을 모아 교황님과 함께 복음의 길을 걷는 충실한 동반자가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향기로운 고백이 되게 하시고, 참으로 사랑하기 위한 시간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2026년 3월 1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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