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향하여 강복한 주교단, “지금은 남북 대화를 위한 기도가 절실한 때”
한국 주교들이 판문점을 방문하여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고, 북녘을 향하여 강복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염원하였다. 주교들은 경색된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를 요청하였다.

▲ 2026. 6. 9. 판문점에 방문한 주교들이 북녘을 향하여 강복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6월 9일(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 주관으로 판문점을 방문하는 주교 현장 체험을 실시하였다. 이날 주교 현장 체험에는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장), 정신철 주교(인천교구장), 손희송 주교(의정부교구장), 김선태 주교(전주교구장), 김주영 주교(춘천교구장), 서상범 주교(군종교구장), 곽진상 주교(수원교구 보좌주교), 박현동 아빠스가 참석하였다. 주교회의 사무총장 이철수 신부를 비롯한 사무처 사제들과 민족화해위원회 운영위원 사제들도 동행하였다. 이번 방문은 2023년부터 일반 견학이 중단된 판문점을 특별 견학으로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였다.

▲ 2026. 6. 9. 주교들이 판문점 견학 안내소에서 판문점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주교들은 판문점 견학 안내소(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에서 판문점 소개 영상을 시청하고, 조감도를 보며 견학 코스를 살폈다. 이어 JSA 안보견학관에 들러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JSA 경비대대’ 소개 영상을 본 뒤, 판문점의 유래와 주요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은 상호 합의하여 비무장지대(DMZ)에 민간인 거주 지역을 조성하였다. 남측의 대성동 마을, 북측의 기정동 마을이다. 검문을 마친 주교들이 비무장지대에 진입하자 남측 약 100m, 북측 약 160m 높이의 두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인공기가 마주 본 채 펄럭였다. 이는 과거 체제 경쟁이 만든 깃대 높이 다툼의 흔적이다. 주교들은 이 같은 남북 대치의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상징들을 직접 보고, 긴장감 속에 공존하는 민간과 군의 현실 그리고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전해 들으며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 2026. 6. 9. 주교들이 JSA 안보견학관에서 판문점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판문점 견학은 분단이 남긴 비극의 흔적을 따라가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1976년 8월에 발생한 ‘도끼 만행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비무장지대 공동경비구역 내 우리 측 초소의 시야를 확보하고자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중 북한군이 공격하여 유엔사 장교 2명이 전사한 사건이다. 이후 공동 경비가 중단되고, 분할 경비 체제로 바뀌었다. 이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를 기리며 세운 추모비를 주교들은 차창 밖으로 바라보고 침묵 속에 추모하였다. 정전협정 체결 후 송환된 포로들이 건너갔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보면서는 안타까움을 표하였다.
비극의 현장을 둘러본 주교들은 화해를 향한 바람을 나누었다. 손희송 주교는 “남북이 하나가 되기까지 요원해 보일지라도 서로 적대감과 불신을 버리고 평화 공존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그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하였다. 손 주교는 “남북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해를 넘어 백성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미움과 불신을 넘어서기를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 2026. 6. 9. (왼쪽) ‘자유의 집’에서 내려다 본 판문각 전경 (오른쪽) 서상범 주교가 망원경으로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판문점은 남북 대립의 아픔을 간직한 동시에 대화와 평화의 가능성을 품은 공간으로 여겨진다. 주교들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측의 시설인 ‘판문각’과 마주 보고 있는 우리 측의 시설 ‘자유의 집’을 찾았다. 망원경으로 개성 송악산과 북한 주민들을 바라본 주교들은 ‘판문각’을 향하여 강복하며, 대립과 대화의 역사가 공존하는 이곳에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기를 염원하였다.
정신철 주교는 “북녘 땅을 향하여 강복하면서 남북 대화와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기도의 결실이 가시적으로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라면서 “경직된 시간이 너무 오래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과거 판문점을 서너 차례 방문하였던 박현동 아빠스는 “예전과 달리 북한 병사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아 남북 관계의 단절이 한층 크게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이 안타까워 강복을 할 때 마음이 뭉클하였다.”라고 말하였다.

▲ 2026. 6. 9. 주교들이 JSA 성당에서 기도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후 주교들은 JSA 성당으로 이동하여 짧은 묵상을 하였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현장에 와 보니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적대감이 깊게 느껴졌다.”라며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북한일 만큼 가까운 거리인데, 남북 관계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하였다. 이어 김 주교는 “꽉 막힌 관계를 풀려면 인간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하느님께서 도와주셔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라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께 의지하며 기도할 때이다. 매일 저녁 9시에 바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오는 6월 17일(수)부터 25일(목)까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를 이어간다. 관련 묵상 자료를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기도에 동참할 수 있다.

▲ 2026. 6. 9. 주교 현장 체험 참가자들이 판문점 견학 안내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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