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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2026년 추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말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10-20 조회수 : 130

주교회의 2026년 추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말씀

(2026년 10월 20일)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 여러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6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말씀드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되도록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인사와 감사


저에게 이 자리는 항상 사도좌의 깊은 감사를 여러분께 전하는 시간입니다. 


아시다시피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최근 로마의 병원에 입원하시어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퇴원하신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교황궁 창가에 모습을 보이시며 삼종기도를 바치시고, 지난 며칠 동안 당신을 위하여 기도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하셨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모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님의 온전한 쾌유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방금 교황 성하께서 늘 여러분 곁에 계시다는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들과 한국의 모든 국민의 여정에 기도로 함께하시며, 그 여정을 사랑으로 기억하시고 특별한 강복을 내려주십니다.

이 자리를 빌려 주교회의 의장 임기를 연임하시며 여섯 해 동안 이 주교회의를 이끌어 오시고 이번 총회로 임기를 마치시는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장님과 더불어, 지난 몇 해 동안 주교회의에서 귀한 봉사를 해 주신 상임위원 주교님 모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교황 성하께서 맡기신 대구대교구 부교구장이라는 새 소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김종강 시몬 대주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 한국 교회의 현실: 도전과 활력


지난 5월 말 로마에서 만난 교황청 복음화부 부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님의 특별한 인사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타글레 추기경님은 한국 교회의 내적 역동성을 보며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아울러 추기경님은 한국 교회에 가장 절박한 도전으로 남아 있는 과제들, 곧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의 감소, 그리고 혼인의 굳건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사회 전반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한국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가 이러한 모습을 확인해 줍니다. 신자 수는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으나 신자들의 고령화는 계속되고, 신학생 수는 10년 사이에 40퍼센트 넘게 줄었으며, 최근의 한 전국 조사에서는 20대 한국 청년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무교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도전에도 저는 여러분의 교구 공동체를 방문할 때마다 생생한 활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세례를 받으러 오는 이들, 특히 어른 예비 신자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4만 8천 명이 넘는 어른이 세례를 받았고, 이는 전년보다 15퍼센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저는 여러분 공동체의 활력과 그리스도교적 희망이 기도에 대한 참된 헌신에 근거한다고 확신합니다. 기도야말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새로운 희망과 확신을 되살리는 비결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초대하여 주시고 저를 맞이하기 위하여 애써 주신 모든 일에 감사드립니다. 아시겠지만, 이러한 방문은 저의 사도적 사명의 핵심입니다. 그 사명은 교황님의 눈길로 한국의 개별 교회들과 함께 걷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 여러분, 여러분의 개별 교회에, 특히 사제들과 수도자들, 교리교사들, 그리고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고 하느님 백성 안에 그 빛이 꺼지지 않도록 헌신하는 모든 이에게 저의 감사와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3. 교황청의 최근 두 문헌


여러분의 지난 정기총회 이후 보편 교회는 두 문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인공 지능 시대의 인간 보호에 관한 레오 14세 교황님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입니다. 주교회의가 이번에 공식 한국어판을 펴내기 전부터 이 회칙은 이미 교회 안팎에서 큰 관심과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저는 이를 기쁘게 지켜보았으며, 이는 이 회칙이 던지는 물음이 이 나라에 그만큼 깊이 와닿는다는 표지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문제에 관하여 레오 교황님께서는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고 친교를 이루는 용기를 내자고 호소하시며, 그리하여 세상이 “인간 존재의 마음 안에서 하느님께서 머무시고자 하는 자리를 다시 한번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16항). 저는 한국의 신자들이 이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계속 잘 배우고 마음에 새겨 실천함으로써, 영성과 문화의 가치, 그리고 인간 생명을 지키는 윤리적 가치를 드높이고 한국 사회에 더욱 밝은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는 교황청 신앙교리부,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종교간대화부가 함께 마련하여 2026년 6월 22일에 레오 14세 교황님의 승인을 받고 9월 16일에 발표한 공지 「희망의 여정: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에 비추어 본 종교 간 대화와 형제애의 60년」(A Journey of Hope)입니다. 이 공지는 성 바오로 6세 교황님부터 레오 14세 교황님까지 역대 교황들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비그리스도교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 이후 이루어진 종교 간 대화의 주요 단계들을 되짚어 보고, 그동안의 어려움과 결실을 돌아보며 앞날을 내다봅니다. 이 공지는 가톨릭 교회가 다른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는 공의회의 확언을 상기시킵니다. 아시시 기도의 날들, 교황님들의 유다교 회당과 이슬람 사원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과 함께 2019년 아부다비에서 서명하신 공동 선언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는 모두 이러한 정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문헌은 오늘날 더욱 절실합니다. 우리 시대는 때로 종교가 지닌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을 외면하고, 심지어 종교를 평화가 아닌 증오, 친교가 아닌 분열의 도구로 휘두르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복잡한 현실은 우리에게 깊이 성찰하고 눈앞의 것 너머를 바라보기를 요구합니다. 여러 종교 전통은 바로 그러한 넓고 깊은 안목을 우리 안에 길러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님은 지역 교회들이 각 지역의 형편에 맞게 세계 평화 기도의 날 40주년을 기념하도록 초대합니다. 이 기념일은 2026년 10월 27일 아시시에서 교황 성하께서 참석하시는 가운데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주제로 거행될 것입니다. 종교간대화부는 그러한 기회에 강연회, 종교 간 기도 모임과 교회 일치 기도 모임, 학술 연구, 공개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하며, 이를 위한 몇 가지 실제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4. 이번 총회의 안건에 부쳐


이제 여러분의 안건 가운데 제가 특별히 마음을 쓰고 있는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진행 보고입니다. 조직위원회를 통하여 중앙 차원과 각 교구 차원에서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는 준비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님은 최근 이를 직접 확인하고 진심 어린 격려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이렇게 기쁨 속에서 준비가 활기차게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입니다. 서울대교구와 교구대회 준비위원회가 친절하게도 저를 초대하여 주신 제2차 국제준비회의에서, 저는 세상 곳곳의 젊은이들이 이미 이 여정에 나섰음을, 그리고 그 부름에 응답하여 그들의 마음과 발걸음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세대의 희망과 꿈과 물음을 안고, 서로 만나 신앙을 깊이 나누며 한 교회로서 함께 걷는 기쁨을 새로이 발견할 마음가짐으로 올 것입니다. 서울로 향하는 이 여정이 희망의 순례가 되어,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을 깨닫고 함께 걷는 교회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열게 되기를 빕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참된 성공은 젊은이들이 받을 은총과 그들 마음 안에서 이루어질 그리스도와의 만남에 있을 것입니다. 그 은총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몫은 겸손하게, 그리고 큰 신뢰를 가지고 땅을 일구는 일입니다.


둘째는 시노드 과정의 이행 단계에 관한 것입니다. 곧 시노드 이행 단계에 관한 보고와 지역 교회 평가 총회 준비, 그리고 한국의 시노드 교회를 위한 제4차 본당 사제 모임에 관한 보고입니다. 두 달 전 레오 14세 교황님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시노달리타스는 어떤 과정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우정과 만남을 통하여 자신이 오로지 하느님께 속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한 백성의 본성 그 자체”임을 일깨워 주셨습니다(제47차 민족들 간 우정을 위한 모임 참가자들에게 하신 연설, 리미니, 2026년 8월 22일). 시노달리타스와 선교 사명을 함께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교회로서, 우리는 서로 경청하는 것,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다짐, 각자의 지역 교회를 가장 잘 섬길 방법에 대한 공동 식별이 그 자체로 복음을 선포하는 살아 있는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본당 사제 모임은 특히 본당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른바 ‘비장소’(Non-lieux), 곧 사람과 사람이 참되게 만나지 못하는 익명의 공간들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어울려 살던 진정한 삶의 자리가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본당은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낳는 터전, 곧 누구나 반기는 집이요 삶의 든든한 기준이 되는 자리가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이러한 본당의 모습은 ‘자기 안에만 머무는 타성’을 극복할 때에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본당은 종탑만 하나 더 있는 또 하나의 ‘비장소’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번 절박한 물음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 본당의 선교적 쇄신, 곧 본당의 회심입니다.


밖으로는 본당이 대화의 문화를 가꾸고 공동선을 위하여 이웃과 협력하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언급하셨듯이, 사회 안에서 관계가 깨지고 갈등이 생기는 곳마다, 교회는 화해를 이루는 모습으로 그곳에 있어야 합니다. 안으로는 참된 공동 책임을 통하여 공동체 내 관계의 질을 새롭게 하고, 모든 이의 은사에 자리를 내어 주며, 권위와 참여를 더욱 복음의 정신에 따라 이해하고 실천하는 길을 찾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노달리타스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됩니다. 곧 우리가 세례로 이미 형제자매가 되었음을 깨닫고, 그 형제애를 일상 안에서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게 살아가는 공동의 영적 여정입니다. 저는 여러분 대다수가 한국 교회의 목자로서 실현하고자 헌신하시는 우정과 만남의 경험에서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여러분이 몸으로 보여 주시는 친교는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선포되는 말씀에 신뢰를 더해 주고, 우리 사명의 핵심에 있는 깊은 일치를 낳고 끊임없이 새롭게 합니다.


5. 맺음말


성령께서 우리 마음을 밝히시어, 시노드 여정을 통하여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에 충실히 응답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아울러 성령께서 이번 총회의 마지막 안건인 새 의장단 선거에서도 여러분을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사랑하는 주교단 형제 여러분, 여러분과 여러분이 목자로 계신 공동체들을 위하여 날마다, 특히 성찬례를 거행하며 기도하고 있음을 전합니다. 이 묵주 기도 성월에 교우들이 특별한 신뢰로 바라보는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어, 그 은총으로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신앙 안에서 더욱 굳세어지고, 친교가 자라며, 사명을 수행할 용기가 커지기를 빕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큰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모든 논의와 결정을 풍성한 은총으로 강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한 교황대사

+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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