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두 권의 책… 후학에 자양분 되길 기대”
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자에 「로마 교리서」와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을 번역한 황치헌 신부(요셉·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연구위원 겸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선정됐다.
연구상은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는 마리아」를 집필한 최영희 수녀(체칠리아·한국순교복자수녀회), 번역상은 「리치 원전」 전 5권을 번역한 김혜경(세레나) 박사가 받는다. 공로상은 조광(이냐시오)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수상한다.

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을 수상한 황치헌 신부가 '로마 교리서'와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황치헌 신부는 각각 1504쪽과 1645쪽에 이르는 「로마 교리서」와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을 번역한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본상을 받는다. 황 신부는 “세계교회사 연구와 교리 교육에서 두 책이 지닌 학술적, 교회적 중요성이 높게 평가받은 결과라 생각한다”며 “이번 본상 수상을 한국교회가 자신의 신앙적 뿌리와 보편교회의 신앙 전통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 교리서」는 1566년 성 비오 5세 교황이 반포한 이후 1992년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나오기까지 4세기가 넘도록 가톨릭 신앙과 교리를 설명하는 권위 있는 교리서로 활용됐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역시 「로마 교리서」의 내용을 여러 곳에서 직접 인용하고 있다.
“「로마 교리서」는 라틴어 원본이 나온 뒤 성 비오 5세 교황에 의해 유럽 여러 언어로 번역됐습니다.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라틴어 원본 출간 460주년을 맞은 2026년에 19번째 언어의 번역본으로 나왔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책은 아메리카와 아시아로 가톨릭 신앙이 널리 퍼져 나가는 데도 중요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경우 한문으로 완역되지는 않았지만 선교사들이 펴낸 한문 교리서들에 영향을 줬고, 그 교리서들은 마침내 한국교회 초기 신앙인들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라틴어·그리스어 원사료를 우리말로 번역
최초 보편 교리서와 고대 교회 사료들 한눈에
보편교회의 신앙 전통에 더 관심 기울여야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교회사를 가르치고 연구해 온 황 신부가 학자로서 오랜 시간 쏟아온 노력의 결실이다. 교회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사료, 곧 1차 사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번역한 책이다.
“고대교회 역사를 연구할 때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기록된 원사료를 읽고 이해하는 일입니다. 중역본이나 2차 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고대교회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원사료를 우리말로 직접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번역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번역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 문장을 번역하는 데 하루가 꼬박 걸리기도 했고, 원문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여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했다. 황 신부는 오랜 노력 끝에 펴낸 이 책들이 후학들의 새로운 연구에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로마 교리서」의 편찬 과정과 신학적 내용, 사목적 활용과 역사적 수용 그리고 한역 서학서와 한국교회의 교리서로 이어지는 교리 전승에 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을 출발점으로 삼아 오늘날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과 교회 가르침이 어떠한 역사적 상황에서 형성되고 전해졌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 수상작

□ 「로마 교리서」
초기 교회부터 16세기까지 이어져 온 가톨릭 신앙과 신학 전통을 집대성한 가톨릭교회 최초의 보편 교리서다. 트렌토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편찬돼 1566년 출판됐다. 성경과 교부 문헌, 공의회와 교도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신앙을 체계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특히 사제들이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지침으로 활용되며, 교회의 쇄신과 교리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
고대 그리스도교 역사의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주요 사료들을 선별해 모아 놓았다. 아울러 독일 신학자 하인리히 덴칭거 신부의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에서 다루지 못한 전례, 교회법령집, 로마 황제의 법전, 지역교회 주교들과 교부들의 가르침, 수도회 규칙 등에 나오는 글을 망라하고 있다. 초대 교회의 삶과 교회 전통을 자세히 알려 준다.
■ 황치헌 신부는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학사,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1월 수원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 광명 철산본당, 이천본당에서 보좌로 사목했다. 이후 독일 뮌헨대학에서 세계교회사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고 수원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대학원장, 교무처장 등을 지냈다. 현재 수원가톨릭대 교수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평
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회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와 숙고를 거듭한 끝에 본상과 연구상, 번역상, 공로상 수상자를 결정했다.
올해 본상 수상작으로는 황치헌 신부가 번역한 「고대 교회사 사료 편람」과 「로마 교리서」를 선정했다. 두 저작은 각각 고대교회의 역사적, 신학적 유산과 트렌토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의 교리적 전통을 집약한 방대한 문헌으로, 한국 가톨릭 신학계의 학문적 토대를 한층 심화하고 확장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의를 지닌다.
신학 연구의 깊이와 신뢰성은 무엇보다 그 원천이 되는 문헌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두 저작의 출간은 한국 가톨릭 신학 연구 기반을 강화한 중대한 학술적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상 수상작인 최영희 수녀의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는 마리아」는 성경과 교회의 교의적 전통에 근거해 성모 마리아의 신학적 위상과 영성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특히, 한국 순교 복자 수도 가족 창설자인 하느님의 종 방유룡 신부(레오, 1900~1986)의 「영가」에 나타난 마리아 영성을 신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독창적인 연구 영역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김혜경 박사가 번역한 「리치 원전」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이르는 중국 선교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1차 사료이자 동서양 문화가 본격적으로 만나는 과정을 알려 주는 중요한 문헌이라는 면에서 번역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 책은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부분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던 마태오 리치 신부의 중국 선교 관련 핵심 원전을 체계적으로 번역함으로써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는 의의를 지닌다.
공로상 수상자로는 만장일치로 조광 교수를 선정했다. 조 교수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긴 한국 역사학계의 대표적 원로 학자다. 한국천주교회사를 한국사의 보편적 흐름 속에서 연구하고 이를 한국 사회의 사상적, 문화적 발전과 연결함으로써 교회사 연구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박지순 기자_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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