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수난성지주일이었던 지난 3월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 중 개인적으로 한인천주교회 미사에 참여하고 싶은 열정으로 요하네스버그 대교구(Archdiocese of Johannesburg) 성 가롤로 성당(St. Charles catholic church)을 찾았다. 마침 미사가 봉헌되고 있는 성당 앞에는 종려나무 대신 크고 뾰족한 야자수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가롤로 성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인 성당이지만,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가 임대해 그곳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기도 하다.
성당에 들어가니, 전례봉사자가 자체 제작한 주보를 건네며 새로 온 교우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 있었다. 이어서 성전 건립 기도로 시작된 주님수난성지주일미사는 6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콩고 출신 에디 신부의 집전으로 경건히 진행되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주보로 모시고 있는 한인천주교회 공동체의 미사는 언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평신도 전례 봉사자가 중심이 된다. 사제에게 안수를 받은 평신도 전례봉사자가 신부를 대신해 복음을 낭독하고, 특히 강론은 한국인 신부가 쓴 주일 복음 강론을 책에서 발췌하거나 인터넷으로 얻은 강론 자료로 대신하고 있었다.
또 특별한 점은, 미사 중 ‘공동 고해 성사’였다. 외국인 사제와 속 시원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이 공동 고해성사는 각자 성찰하고 미리 준비한 고해할 내용을 적은 종이를 미사 중에 바구니에 넣고, 그 다음 사제가 사죄경을 외우면 미사 후에 전례 봉사자가 사제가 정한 보속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하느님 안에서 만난 한국의 형제․자매들이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은 채 부르는 찬미 노래가 현지인 성당에 가득 울려 퍼졌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서로 소개를 나눈 이들은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새로 온 신자들과 예비자들도 환영하였다.
미사 후에는 봉사자들이 준비한 점심식사를 모두가 함께 나눈다. 주일을 고대하며 만난 반가운 사람들은 자장밥과 육개장을 사이에 두고 일주일간의 대화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남아공 고사리가 한국고사리보다 부드럽고 맛있다”는 할머니, 남녀가 따로 모여 앉아 식사하는 모습 등에서 한국적 정서를 살펴볼 수 있었다.
4월부터는 빌려 쓰는 성당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교민들의 땀과 노력으로 지은 한인성당에서 정식으로 미사가 봉헌된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3월 중순) 성당은 아직 문을 달지 않은 채 제단과 의자만이 놓여 있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06년 기공식을 가진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는 2002년부터 기금을 모아 남아공 현지 대교구에서 50만 랜드(약 6,500만원)를 대출받아 빚을 갚아가면서 성당을 지어 왔다. 비록 신자 수는 40여 가구 60~70여 명 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에 특산물을 팔아 기금을 마련하거나 바자회를 열어 전신자가 힘을 모아 성전건립기금을 마련해왔다.
이곳 한인 천주교회 공동체의 초기 역사를 기억하는 한인회 고문 이경혜(안젤라) 씨는 15년 전 미사를 드리기 위해 한밤중에 신부님이 계신 호텔을 찾아가 미사를 봉헌한 일, 성당이 없어 개신교에 다니던 신자들을 회두했던 일 등을 회상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교리 수첩으로 남편과 함께 예비자 교리를 했다"는 그는 “성당 신축을 위해 루이보스차와 같은 남아공 특산물을 한국에서 팔아 와 신축기금을 마련했다”며 웃었다.
성전건립 건축위원장 이증수(스테파노) 씨는 “성전 건립이 쉽지가 않은 것은 자금문제도 있지만, 중심이 돼 주실 신부님이 안 계셔서 신자들 간 의견 일치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언젠가 한국인 신부님을 (이곳에) 모셔오기 위해 사제관 건립도 급하지만, 오실 신부님이 있는가와 모실 능력이 되느냐도 문제”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한 때 서울대교구 유근복(빅토리노) 신부가 요하네스버그 한인성당의 연례 피정이나 판공성사 때 지도를 맡기도 했고 안식년을 맞아 방문한 신부도 있었지만, 현재는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마음 깊이 이해해 줄 한국인 사제가 없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한인천주교회에는 인천교구 오상민 신부(교포사목)가 부임해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한복판에 당당하게 서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는 초기 공동체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앞으로 이 공동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해야 할 많은 사명이 있다. 성당은 이미 완공됐지만 사제관, 대성당, 아프리카 선교센터를 비롯한 부속 건물을 하나씩 지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목자 없는 양떼를 이끌어 줄 사제이다.
“그 많은 신도들이 다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사도 4,32)”
서전복 명예기자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