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기자 swingle@catholictimes.org
‘여러분 모두가 영웅입니다. 위대한 일을 해내셨기 때문입니다. 건축 중에 아무 사고 없이, 또 공동체가 잡음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하신 분들이 영웅입니다.’
영웅들의 뒷이야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눈이 내린 그 해 겨울. 천막성당이 주저앉았다. 이른 새벽 신자들이 총출동해 눈을 치우고 성당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자들 걱정은 오로지 성당이 제대로 서 있기나 할까 였다.
천막성당은 탈도 많았다.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천막성당의 위치를 옮겨야 했다. 그래서 성당을 통째로 옮겼다. 본당 신자만으로는 손이 딸려 이웃본당 신자까지 동원했다. 200여명이 성당을 들어서 옮겨 놓았다.
2006년 7월 새 성당 공사가 시작됐지만 700명 남짓한 신자들이 20억 가까운 신축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그때마다 저금통에 100원씩 모았다. 근처 성지에서 행사가 열릴 때면 신자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수익금은 모두 성당을 짓는데 썼다. 단체 행사 예산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평일미사 때는 신자들이 앉는 자리까지만 형광등을 켰다. 주차장이며 보도블록 공사도 신자들이 직접 맡았다. 나무며 꽃 등 조경공사도 손수 했다. 절약하고 또 절약했다.
그렇게 새 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빚을 갚기 전에는 ‘절대’ 봉헌식을 할 수 없다고 다짐하고 완공 후에도 봉헌식을 미뤄왔다. 그리고 지난 5월 성당 건축으로 진 빚을 모두 갚았다.
7월 20일 봉헌되는 새 성당은 아담하고 소박하다. 성당을 장식하고 있는 유리화는 유리화가 최성호(루카)씨 작품. 본당 주보 사도 요한이 등장하는 유리화는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요한과 성모 마리아에게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생명의 빵’을 형상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성당 내부 옆면. 성경을 필사한 신자들의 성경필사증과 축복장을 타일로 만들어 벽면을 꾸몄다. 필사증과 축복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터. 성당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새 성당 마당에 자리한 성모상도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성모상은 메리놀 외방전교회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선교사들이 모셔온 것이라고 한다. 한 제약회사에 기증돼 보관돼 오던 성모상은 회사가 자리를 옮기면서 갈 곳을 잃었고 그 소식을 접한 임흥빈(안드레아?양지본당)씨가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가 본당에 기증했다.
천막성당 시절부터 모셔 오던 성모상은 이번 새 성당 봉헌과 함께 조성된 성모동산에서 신자들을 맞이하게 됐다.
‘내가 이제 이 집을 선택하여 성별하고 이곳에, 내 이름을 영원히 두겠다. 내 눈과 내 마음이 언제나 이곳에 있을 것이다(2역대, 7, 16).’
294세대 820명의 공동체가 새 집을 마침내 마련했다. 이제 그 집에 하느님께서 몸과 마음을 두신다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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