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짓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교우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구장님께서도 살기 힘들어 하는 교우들을 위로하고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는 시화베드로본당 주임 강희재 신부를 만났다.
안산대리구 시흥지구는 공업지대로 유동인구가 많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교우들이 많다.
본당 1800여 교우 중 지난해 전출 400명, 전입 300명이다. 이렇듯 유동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대부분의 교우들이 참 어렵게 살고 있어 냉담 원인 1위가 교무금이 밀리고 헌금을 하지 못해 죄스러워 나오지 못하고 있음이다.
“가정방문을 하면서 절박한 형편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성당 짓는 것도 절박하지만 교우들의 삶이 더 절박했음을 전임 신부님들도 체험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들도 성당 신축을 미루셨다고 봅니다. 어느 것에나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우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 선교를 통해 성당이 비좁고 불편하다는 것을 교우들 스스로 느껴 ‘신부님, 우리 성당 지어요’라고 할 때가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강신부는 교우들에게 참 고맙다고 한다.
“사제의 욕심 중 가장 큰 욕심이라면 미사 때 교우들이 자리를 꽉 메워주는 욕심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채워주시는 할머니들과 어렵고 힘든 가운데 신앙생활을 지켜가는 교우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성당 신축을 마냥 놓고 있지는 않다. 단지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신자 재교육을 위한 교육과 성지순례를 제외한 거의 모든 행사를 축소하거나 뒤로 미뤄 빚을 갚고 저축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성당 신축을 내심 바라는 교우들에게 ‘지금의 성당이 좁다’는 것을 증명하라며 선교와 성당 신축을 위한 묵주기도 200만단 바치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건축헌금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모여지기 시작했다. 목걸이와 팔찌, 저금통 등 각자가 낼 수 있는 몫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와 대부분 익명으로 가져온 소중한 헌금이다.
그렇게 모아진 헌금이 현재 6억원이 넘고 있다. 여기에 본당 신부는 시중 은행들에 발품을 팔며 3개월 단위 이율 협상을 벌여 그 이자로 일반 관리비를 충당할 정도의 수완을 발휘한다.
이래저래 본당 사목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 11년 만에 지구를 통틀어 처음 신학생이 나올 정도의 열악함 속에서 결코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그러나 확신에 찬 서품 5년 차의 젊은 사제는 지극히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제가 떠날 때쯤이면 성당을 짓고 싶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김재현 수원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