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50여 km.
교구 청년 87명이 7월 11일부터 8박 9일간 순교자의 숨결을 따라 걸은 거리다. ‘폭염’이라는 말도 부족한 무더위 속에서 짜릿한 휴가 대신 ‘고행’을 택한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대전교구의 갈매못 성지에서부터 홍주읍성․해미․신리․솔뫼성지, 그리고 수원교구 요당리․남양성모․수원성지 등을 거쳐 수원교구청까지 이어졌다.
“아스팔트 도로와 뜨거운 태양열과 비오는 날에 빗물에 젖은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한 참가자는 “모든 근육이 뭉쳐져 만지기만 해도 눈물이 났고 정신이 혼미해질만큼 힘들어 순간순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약해지기도 했지만, 내 손에는 묵주 알이 한 알씩 돌아가고 있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러한 고통이 순교자들의 고통과 예수님의 고난에 비하면 아주 작은 상처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깊은 신앙심으로 신청한 사람부터 그냥 걷고 싶어 온 사람, 냉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처음에는 단합도 쉽지 않을 것 같았던 이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걷는 동안 서로 도움이 되어주며 신앙적으로, 정신적으로 점점 성숙해져갔다. 일주일 가량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처음에 어색했던 이들은 어느 새 오랜 친구처럼 가까워졌고, 먹고 자는 것, 날씨, 발에 잡힌 물집까지 어떤 어려움도 서로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새카맣게 탄 얼굴과 팔이 그동안 그들이 걸어온 길을 말해주고 있었다.
‘걷기를 통한 신앙생활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는 도보성지순례는 함께 걷는 긴 여정동안 청년들의 신앙을 조금 더 이끌어 주기위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 도보순례는 걷는 동안에는 혼자 묵상하며 기도를 하는 시간을, 도착지에서는 <탈출기>를 주제로 자신을 돌아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들이 하느님께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인도했다.
세류동성당 김태수 (대건 안드레아) 씨는 “그동안 힘들었던 것을 비우고자 왔는데 오히려 얻어 가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고 했다. 광주성당의 유은지(소피아) 씨도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해 이들이 일반 도보 여행처럼 단지 ‘걷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젊은이들답게 “끝나면 가장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시원한 맥주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원한 수박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부모님이 생각난다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걸으면서 주님과 대화하고, 걸으면서 세상의 것을 비우고, 또 다시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청년들은 자신의 걸음만큼 성숙해져있었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 출발할 때면 어김없이 외치던 젊은이들의 힘찬 구호가 이들의 발길이 닿았던 곳마다 메아리친다. “주님을 향하여! 젊은이답게! 함께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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