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 녹지자연도 등급 무시하며 사업강행
경기도-도시계획위원회-안성시 서로 책임 떠 넘겨
골프장 허가 반대운동, 종교계 등 경기도 전역에 확산
미리내 성지 인근, 안성 미산골프장 반대 움직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기도가 1월 1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미산골프장에 대해 조건부로 토지용도의 변경을 허가, 실질적으로 골프장 건설을 허가한데 대한 반대 운동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움직임은 불교 및 계신교계 등 지역 종교계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경기도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미산골프장 건설의 쟁점은 무엇이고 또 해결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풀리지 않는 의혹들
지난해 10월 10일 국회 한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장. 김재윤(민주) 의원은 생태 환경적으로 중대한 고려사항인 녹지자연도 8등급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등이 누락된 미산 골프장의 ‘사전환경성검토서’의 부실을 지적했다. 또 홍희덕(민노)의원도 국립환경과학원의 현지 확인시 발견한 녹지자연도 8등급지 3곳에 대한 추가 조치에 대해 질의, “녹지자연도 8등급지는 원형 보전을 해야 한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의견을 이끌어 냈다.
‘미산골프장저지 및 생명환경 보전을 위한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미산 골프장 건설은 시행 단계에서부터 의문점 투성이다. 우선 한강유역환경청의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녹지자연도 7등급 이상으로 임상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2003년 7월 8일, 2004년 10월 1일 두 차례나 반려된 바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04년 8월 골프장 예정 부지가 골프장 입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에서 “골프장 예정부지의 녹지자연도가 60.9%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또 면적 규모도 특별한 사유가 없이 협의시마다 상이하게 제시되는 등 검토서 내용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임상이 양호해 보전이 필요한 지역으로 사료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안성시는 국민 세금을 들여 골프장 예정지인 사유지를 2차례에 걸쳐 간벌했고, 사업자가 요청한 1차례의 모두베기를 받아들인다. 안성시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 나무를 베어내 골프장 건설을 간접적으로 도운 셈이다.
하지만 안성시는 이에 대해 골프장 건설 예정부지인지 모르고 해당 부지에 간벌(숲가꾸기) 작업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골프장 회사는 이미 토지 매입 이전 단계부터 골프장 가능성을 안성시에 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벌작업을 하면 기존에 있던 나무를 잘라내는 만큼, 골프장 허가가 쉽게 나올 수 있다.
안성시와 경기도 공무원들의 잇따른 말 바꾸기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안성시가 2007년 12월26일 시청을 방문한 시민 단체 관계자들에게 “골프장 회사의 건설 신청 서류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5일 전인 12월 21일 접수되었음이 뒤늦게 밝혀진바 있다.
이번에 나온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조건부 토지용도 변경 허가’ 결정도 의문 투성이다. 시민단체들은 경기도에 ‘법적 요건미달’ 증거를 제시했지만 도시계획위원회는 안성시와 경기도 공무원들의 “문제없다”는 주장을 근거로, 현장 확인도 없이, 증거들에 대해 “결정적 오류가 아니다”며 귀를 막았다. 도시계획위원회는 특히 국립환경과학원의 녹지자연도등급을 무시했으며, 국립환경과학원의 현지조사에 의해 엉터리임이 드러난 사업자측의 녹지자연도등급에 대해 현지 재조사도 하지 않았다.
▨ 문제해결의 길
경기도는 도시계획위원회에 공을 떠넘기고, 도시계획위원회는 안성시에, 안성시는 다시 사업자에 공을 떠넘기는 식으로 일이 처리되고 있어 문제의 고리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떠넘기다 보니 책임지고 대화할 상대자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을 사업자 측과 교회의 단순한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의 실질적 문제점들에 대한 토의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도의 무성의한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보다는 감추고, 무마하고, 어떻게 해서든 강행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들은 골프장 건설 문제는 경기도가 법적·상식적 테두리 안에서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법의 허술한 망을 이용하려 한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골프장 건설 문제와의 직접적 관련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원 지법은 지난해 1월 골프장 회사와 안성시장 비서실장의 뇌물 수수 관련 유죄 판결을 내린바 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의구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이유다.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도 지난해 교회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산 골프장 건설 문제는 어느 특정 지역의 작은 환경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압니다. 이 사회에 진정한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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