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풍습은 달라도 하느님의 공동체 안에서 한 형제인 이주민들과 외국인근로자들에게도 기쁜 부활이 찾아왔다.
4월 11일 수원시 화서동에 위치한 수원 엠마우스에서는 영어권 이주민들과 함께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하여 교구 이주사목 전담 최병조 신부의 주례로 미사가 봉헌되었다. 또 부활대축일인 12일 오후 4시 30분 고등동성당에서는 필리핀,베트남,페루,미국,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온 외국인근로자와 이주민 4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어, 베트남어, 페루어 등 3개국어로 미사가 거행되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로베르또 씨(32세)는 엔지니어로 한국에서 부활을 맞는 소감으로 “고국에서는 이렇게 성대한 부활성야미사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맞는 부활성야 미사가 새롭다”고 말하며, 각국 공동체가 한데 모여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이 자리가 책에서 본 초대교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하였다.
영어권 미사가 끝나고 베트남 하오 신부의 주례로 150여 명의 공동체와 함께 빛의 예식이 거행되었다. 하오 신부는 “어두움을 이기고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 구원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모든 이들이 먼 타국에서 힘들고 소외되고 외롭겠지만, 더욱 더 이웃을 배려하고 공동체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이 날 전례 후에는 공동체가 서로 부활 달걀을 나누며 부활의 기쁨을 함께 했다.
한편, 12일 미사에서는 제1독서는 베트남어로, 화답송은 영어로, 제2독서는 페루어로 진행되었으며 보편지향기도는 베트남인, 한국인, 페루인, 필리핀인이 각 나라의 언어로 봉헌했다.

교구 이주사목 전담 최병조 신부와 베트남 하오 요한 신부가 공동 집전한 미사에서 최병조 신부는 “부활은 신앙 안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고 우리는 일상의 부활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한 행복을 추구해야 할 권리가 있다”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의 공동체를 가르쳐주셨듯, 경기 불황으로 겪는 어려움들의 원인을 사랑으로 함께 극복해나가고 나눔과 기쁨을 통해 주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을 표현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봉헌예절에서는 베트남 이주민들이 베트남 고유 전통의상을 입고, 과일과 향을 봉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베트남 붕다오 지방에서 온 구웬청(요한, 28세/사진 왼쪽) 씨는 한국에 온지 3년이 되었지만 “근로 현장에서 겪는 각종 사고와 임금체불, 의료혜택의 부재 등 수많은 역경에서도 수원 엠마우스에서 많은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또한 주님께 향한 믿음을 더욱 향상시켜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였다.
전창남, 이윤창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