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율전동본당 소공동체 떼제 피정
작성자 : 서전복
작성일 : 2009-12-14
조회수 : 575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요한15, 9)”
율전동본당 청년들이 본당 소공동체 떼제 피정 프로그램을 직접 주관해 눈길을 끌었다. 12월 2일 반장, 구역장, 사목위원 등 200여 명의 소공동체 봉사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피정 중 청년들은 2시간에 걸친 떼제 기도 시간을 직접 준비하고 이끈 것이다. 이를 통해 피정에 참가한 소공동체 봉사자들은 새로운 기도 피정 체험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힘과 용기를 충전하였고, 청년들은 일치의 힘과 함께 한층 더 성숙된 신앙에 이르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라는 주제로 실시된 이번 피정은 새 복음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의 맥락 안에서, 청년들의 가능성을 확신한 주임 이용기 신부의 적극적 권고로 이뤄졌다. 떼제 기도 봉사 경험이 전혀 없고 떼제 미사를 몇 번 가본 것이 전부인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청년들은 'FIAT' 순명의 마음으로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노래 연습을 했다. “아무런 개입 없이 하느님과 신자들의 깊은 만남을 주선하고 기도할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 바로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으로 각각의 목소리가 튀어나왔지만, 어느덧 그들의 찬양은 아름다운 하모니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을 배려해 따라 하기 쉬운 율동으로 안무를 바꾸고,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했다. 이러한 청년들의 열정과 배려는 소공동체 봉사자들의 마음을 열어 하느님과의 관계를 화해시키고 새로운 결심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수행했고, 그 봉사의 열매를 충실히 맺기에 이르렀다.
작은 사랑의 기적들로 완성된 떼제 기도 무대
세례자 요한 수녀원에서 전달된 이콘과 천, 그리고 본당 수녀원에서 복사 옷을 짓고 남은 천이 합쳐져 제단에 함께 깔렸다. 우연히 방문한 청년이 동대문에서 무대 장치에 쓸 옷감을 구입해 주기도 하고, 무료로 양재 봉사를 해준 익명의 천사도 있었다. 또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게 찾던 십자가는 피정 이틀 전에 기적적으로 도착했다. 또 떼제 성가책 200여 권, 90여 개의 초는 본당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마련돼 준비하는 이들의 힘을 북돋았다. 모든 것이 격려와 지지 속에서 기적적으로 지원되었다.
십자가 경배 그 신비 속으로
이 날 신자들의 마음을 활짝 연 것은 십자가 경배였다. “깊은 감동으로 새로 태어 난 것 같다”는 한현미(가브리엘라) 씨는 “십자가 경배가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면서 “(가상칠언 멘트가 나올 때는) 예수님께서 고통을 받으실 때 진짜 내가 작은 고통에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고 느낌을 전했다. 피정 초기에 슬프게 다가왔던 연민의 예수님 그림은 피정이 끝났을 때 자신을 향해 유쾌하게 웃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바뀌었단다. 그는 화살기도 전에 성호경을 긋고, 주님의 일을 뒤로 미루지 않기로 결심했다.
“십자가 경배 때 마음이 열리지 않아 부담스러웠는데 그 때 두려워하지 말라는 노래와 예수님의 손을 경배할 수 있게 되자 마음을 활짝 열었다.”이민혜(데레사) 씨는 “예수님 손을 잡는데 나의 잘못으로 인해, 못을 내가 누르는 것 같아서 계속 ‘죄송하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고 고백했다. “미사와 연결해 모든 평신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전한 그는 이날 예수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내어드리기로 결심했다.
사목자들의 믿음과 기쁨
김 데레사 수녀(세례자 요한 수도회)는 이번 피정을 “신자들과 같이 앉아 그 속에서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밀어주며, 성령께서 활동하도록 분위기를 잡아줘 기도하도록 도와주었다”고 평했다. 또 “신자들이 십자가 경배하면서 많이 우셨다. 대부분이 자매들인 봉사자들이 살림살이 하면서 봉사하기가 쉽지 않은데 자기 안을 드러내고 내면을 움직여 주었다”면서 “내면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데 그런 장이 별로 없는 자매들에게 그런 기회를 자주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임 이용기 신부는 이 날 성체강복 후 “우리나라 어느 본당에서도 청년들이 어른들을 위해 봉사해 주는 본당은 없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청년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한 해의 결심이 봉헌된 초로 완성된 커다란 하트모양을 보고 “작은 정성 하나하나가 모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꽃피었다. 하느님께서 참 예쁘다 하실 것”이라며 기뻐했다.
본당 피정 프로그램이 절실
청소년분과장 정상윤(다니엘) 씨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가정에서 ‘기도하는 청년들이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라며 “성당의 앞날이 활기차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냐”며 뿌듯해 했다.
소공동체 봉사자들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너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황미영(요안나) 씨는 “어디 갈 형편도 안 되고 본당에서 피정할 기회가 없는데 좋았다. 자주 있어도 좋을 것 같다”면서 “차분하게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고 묵상할 수 있었다”며 감동을 전했다. 김동겸(카타리나, 셀기도회장) 씨는 “그동안 많은 피정을 다녀왔지만 이번 피정은 정말 새로웠다”면서 “마음을 비우는 작업으로 예수님 안으로 깊이 빠져들면서 성령의 빛으로 내 영혼을 비춰주셨다”고 소감을 전하고 “기도하고 섬기는 봉사자, 본당 신자들에게 사랑으로 순명했는가를 살펴보았다”면서 “눈물로 내면에서 나오는 회개를 많이 했고, 예수님의 사랑에 깊이 빠진 피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날 “정말 작은 자로 예수님께 기쁨을 드리는 삶이 되게 해 달라”고 결심했다.
정영희(아멜리아) 씨는 “본당 청년들이 어른들을 위해 봉사를 해준다는 것이 획기적이다. 다른 데서 초빙하지 않고 엄마들을 위해 청년들이 거절하지 않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기꺼이 희생해 준 것”에 감사를 전하는 한편 “소속감, 보람으로 청년 활성화도 될 것 같다”며 청년들이 다른 곳에서 피정 교육을 받은 배움의 결실을 본당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남편이 여기 같이 와 있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 한 이봉선(바울리나) 씨는 “강의 내용은 잊어버릴 수 있어도, 느끼는 것은 오래간다”고 말했다.
청년 봉사자의 기쁨
청년 봉사자들은 어른 봉사자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 해준 것에 대해 신기하고 놀라워했다.
이 날 독창을 맡은 이승현(로사) 씨는 떼제 봉사는 처음이라고 한다. 처음에 덜덜 떨면서 했지만 하면 할수록 기도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떼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떼제를 알게 되고 앞에서 보니까 사람들이 집중해서 참여하시는 게 너무 뿌듯했다”며 직업상 3교대로 일해 끝나자마자 출근해야 하지만 “봉사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그저 싱글벙글이다.
“청년들과 어른들의 교류로 하나 될 수 있어 좋았다”는 박상도(토마스 아퀴나스) 씨는 “율동할 때 안 따라 할 것 같던 어른들도 모두 함께 해 주셨는데,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려는 마음이 좋았다”며 “멀게만 느껴졌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거리감 없이 같이 할 수 있었다”며 감동을 전했다. 박재홍(안토니오) 씨는 “세대 차이가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면서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청년회장 김민정(리디아) 씨는 “기도의 새장을 여는 획이 되어 기뻤다”며 “신자 분들께서 많이 마음을 열어주셔서 참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날 청년봉사자들은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희망이 생겼다.
청년들의 기획과 열정, 희생, 봉사와 본당의 애정 어린 후원, 그리고 소공동체 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율전동본당 소공동체 떼제 피정은 새 복음화와 청소년신앙생활활성화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있는 한 걸음이었다.
서전복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