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수원시 화서동 엠마우스의 작은 교실에 필리핀, 아프리카, 남미 출신의 이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낮은 곳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이들의 표정은 모두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소박한 사무실을 치우고 구유 주변에 풍선을 매달고, 플라스틱 옷걸이를 이용하여 장식을 만들어 천장에 거는 사람들과 함께 한쪽에서는 작은 키보드와 기타와 탬버린을 흔들며 성가 연습도 한창이다.
하지만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기쁨 속에서도 노동의 고단함과 불안한 삶의 여정을 이겨내고 있는 그들의 마음 한 켠에서는 고국에 두고 온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엿볼 수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아기예수 구유 안치식. 그리움과 지친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이주민들은 모두가 기쁨으로 맑은 눈망울과 상기된 얼굴로 주님을 맞이했다.
이주사목위원장 최병조 신부는 이날 강론을 통하여 “나의 최고의 친구는 아기예수님이기 때문에 힘들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친구인 아기예수님께 기도를 하여 평화를 얻자”고 힘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한편 조금 떨어진 가톨릭 청소년문화원의 작은 강당에서는 하오 신부와 250여 명이 넘는 이주민들로 가득 차 큰 잔치가 되었다. 이제까지 대축일미사에 모인 인원 중 가장 많이 모인 날. 고국 사람들과 서로의 소식들을 주고 받는 이들의 마음에도 성탄의 축복이 내렸다.
이날 이주사목위원회 부위원장 김종용(프란치스코) 신부와,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마우리찌오(광주 엠마우스) 신부도 함께하여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함께 모여 아기예수님 성탄을 축하 하였다.
가장 낮은 곳에 오신 아기예수님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번졌다.
이윤창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