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니오, 몰라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한국말이었습니다. 지금은 엠마우스 한국어 교실 덕분에 이런 대회에도 출전하게 됐어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몽골에서 온 19명의 이주민들이 3분 스피치에 나섰다. 10월 22일 오후 1시 수원시 화서동 가톨릭청소년문화원에서 펼쳐진 수원 엠마우스 주최로 열린 2010년 한국어말하기대회.
이들의 이야기는 짤막하지만 책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있다.
유일한 남성 도전자였던 곽홍우 씨(중국)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추를 딴 이야기를 전했다. 장인 어른과 함께 눈물까지 흘려가며 하루종일 고생했지만, 가족끼리 어려운 일을 서로 도울 수 있었음에 행복해했다. 줄리안 씨(필리핀)는 남편의 휴대폰에 스팸 메시지로 온 음란광고성 문자를 보고 남편이 외도하는 줄 오해했었다는 에피소드를 꺼내 좌중을 웃게 했다.
한국 문화와 자국 문화의 충돌로 빚어졌던 일화들도 재미있다. 으레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분들을 친근함의 표시로 ‘이모’라고 부르는 것을, ‘이모’란 호칭이 ‘식당 아줌마’를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황티화(베트남)씨는 “남편의 실제 이모님께 ‘무엇을 파시는지’ 물었다가 실수인 것을 알고 챙피했었다”는 경험담을 말했다. 또 생선회를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가 지금은 생선회 마니아가 되었다는 이해연(중국) 씨, 한국에서는 나이 상관없이 결혼해서 아이 낳은 여자는 무조건 ‘아줌마’로 불리는 게 이상했다는 탕잰(중국) 씨의 이야기도 모두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한국 문화 적응기였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이야기들에 스며있다. 한국인의 후한 인심에 반한 사람, 한국 음식 덕분에 20kg을 감량했다는 사람, 엠마우스의 도움으로 컴퓨터 자격증, 운전면허증도 딸 수 있게 돼 감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저마다 다양한 경험들이지만, 이들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바로 ‘희망’이다. 낯선 땅, 낯선 가족,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우리가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팜티빌리에우,베트남)이라며 “서툴러도 많이 말해야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니 실수를 무서워하지 말고 자신을 갖자”(이효염, 중국)고 서로를 다독인다. 또 가장 좋은 한국어가 ‘우리’라는 단어라며 ‘나의 집, 나의 것’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집, 우리 것’이라는 표현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도움 받은 만큼 베풀면서 살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최병조 신부는 “1년간 배운 결실을 유감없이 발휘했길 바란다”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뜻을 설명하면서 노력한 만큼 한국에서의 생활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엠마우스는 아름다운 제주의 가을을 느낄 수 있도록 수상자들에게 제주도 여행(문화체험) 지원금을 상품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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