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기원 미사가 6월 17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봉헌됐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관으로 봉헌된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는 한여름의 더운 날씨 속에서도 전국 15개 교구에서 2만 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다.
주교회의장 강우일 주교 주례와 최덕기 주교, 김운회 주교, 이성효 주교 등 170여 명의 사제단 공동으로 집전으로 거행된 미사에, 우리 교구에서는 수원 천지의 모후 레지아의 주관아래 60대 차량으로 2,400여 명의 레지오 단원이 참석했다.
민족화해 위한 전국 규모 미사는 2003년 이후 8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민화위 위원장 김운회 주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제약받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남북의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기 위해 전국 교구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10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식전행사와 미사로 나뉘어 실시됐다.
식전행사로는 (평화를 주제로 한) 사진전과 평화 기원 사인 행사, 영상물 상영(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홍보 영상), 묵주기도 봉헌이 있었다.
그리고 미사 시간에는 우리들의 평화기원과 기상과 혼을 담은 대형 북소리가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남과 북의 고통과 절규, 화합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가 펼쳐졌으며, 평화의 상징물인 한반도기와 쌀가마 봉헌에 이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비둘기 모양의 풍선이 하늘로 날려졌다.
미사를 주례한 주교회의장 강우일 주교는 다음과 같이 강론 했다.(강론 전문)하느님의 자녀로써 이 일을 어떻게 알아들고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자문해보았으면 합니다. 이 땅에 참혹한 일을 허락 하신 하느님의 뜻은 무엇일까? 왜 이러한 비극이 이 민족에게 일어나도록 방치하셨을까? 하느님께서 이 비극 안에서 우리 민족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이 넓은 지구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유독 이 조금한 한반도에서 그런 유례없는 참극이 일어난 것은 무엇일까?
이 땅에 참극은 3년 전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6.25가 발발한지 66년이 된 오늘에도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면서 눈물짓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 동포의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장이 조여지는 마음입니다. 양식이 없어서 굶주린 동포들이 30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세계가 식량 지원을 하지 않으면 수많은 동포들이 영양 실조로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보도를 통하여 피골이 상접한 북한 어린이들이 맨발로 시장바닥을 헤매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파옴을 느낍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중국 땅에서 자기 몸을 노리개로 내 던지며 목숨을 연명하고, 중국 대륙을 헤매는 것은 물론 동남아, 태국, 베트남 등을 내려가 살길을 찾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은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분이신데 지금 세상에 가장 사랑을 주어야 할 민족에게 하느님께서는 바라보고만 계시는 걸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그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들이 저지른 죄악을 심판하시고, 벌하신다면 이 세상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멸망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구원을 원하시는 분이시지, 멸망을 원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마저 내놓으셨던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구원을 위하여 예수그리스도를 당신 백성에게 보내셨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죄를 대신 당신 한 몸으로 겪으시며 자기 목숨을 제물로 봉헌한 이것이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외면하고 하느님 대신 돈을 숭배하고 있으며, 경제의 최고 가치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높은 사람에서 낮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만물을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 것을 빼앗아가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의와 존중, 배려와 연민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최대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빈껍데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전국 구석구석을 장악하고 동네 구멍가게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경쟁을 통해 정규직은 갈수록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해주고 지켜주어야 할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투기와 횡령에 앞장서서 서민들이 평생을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말아먹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비리와 부정을 감시하라고 만들어 놓은 공적기관 공직자들은 한통속이 되어 눈감아주고 나누어먹고 있습니다. 모두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만물을 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에 세상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 생각이 듭니다.
노아가 홍수전에 하느님 말씀이 떠올립니다.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다.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시니 세상은 타락해 있었다. 정령 모든 살덩어리가 세상에서 타락한 길을 걷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도 불구하고 오늘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참아주고 계시고 세상이 회개하기를 기다려주십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가난하고 굶주리고 병들고 희망 없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예수님께서는 함께 고통 받으시면서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한반도의 분단과 무력대결, 굶주림과 병고를 끝내고 참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투기나, 함정, 대포, 미사일이 아니라, 세상을 타락시키는 만물을 떠나서 하느님께 돌아서는 참회와 회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물을 주인으로 섬기는 우리에 탐욕과 불의를 떨쳐버리고 하느님의 정의로 돌아서는 회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평화를 선물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이런 말을 백성에게 일려주어라. 내 눈에서는 밤낮으로 눈물이 흘러 눈물을 그칠 수가 없구나. 처녀 같은 내 딸이 백성에게 심하게 얻어맞아 치명상을 입었다. 들에 나아가면 칼에 맞아 죽은 사람뿐이요. 성 안으로 들어오면 굶어서 병든 사람뿐 예언자들이나 사제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끌려가는구나” 그러자 예레미야가 주님께 아뢰었다. “주님 우리는 스스로 어떤 못할 일을 하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못할 짓을 하였는지도 잘 압니다. 우리는 주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에 명성을 생각하셔서라도 우리를 처대하지는 마십시오. 주님에 영광스러운 옥좌를 멸시하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 같은 마음으로 참회 기도를 바치며 우리 자신과 이 나라를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봉헌하십시다. 그러면 성모님께서 기쁘게 우리들에 이 기도를 전달해 주실 것 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행사의 보편 지향기도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신앙선조들의 피와 기도로 한반도를 거룩하게 하시는 주님께 온전히 봉헌 할 것’을 다짐하며, 각자의 마음가짐의 사랑으로 하나 되어 평화의 한반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청하였다.
또한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이 땅의 하느님나라의 건설을 위해, 특별히 한국교회를 사랑해 주실 것, 이산가족과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영혼들을 위해서도 간절히 청하였다.
한편, 한국천주교회 민족화해위원회는 이날 아래와 같이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전창남·김선근 명예기자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호소문’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촉구하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평화는 모든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이며, 믿음 안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의 평화란 단순한 물리적 안정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의 토대 위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재 분단된 한반도에는 평화가 절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상호 불신과 갈등은 수위를 넘어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은 고향과 가족을 향한 한 맺힌 그리움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또한 고조된 긴장과 과도한 군비확장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전쟁의 공포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우리는 이같은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따라서 오늘,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인 한국 천주교회 공동체는 온 세상을 향해 간곡히 호소합니다.
첫째, 남북 당국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한반도의 긴장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둘째, 한반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민족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차원의 교류 협력, 그리고 종교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교류가 재개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랍니다.
셋째,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긴장상태가 항구적으로 종식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하여 남북 간의 군축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당사국간, 다자간 회담에 적극 임해 주기를 바랍니다.
넷째, 남북 교류와 협력, 나아가 통일의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남북갈등 못지않게 심각하게 자리한 남남갈등의 상황을 극복하여, 민족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합니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는 궁극적으로 남북 당사자들의 문제이지만 주변국들의 지지와 지원 또한 중요하므로,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의 실현을 위한 주변국들의 이해와 협력을 바랍니다.
남과 북은 역사와 운명을 함께 살아온 한 민족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분단과 갈등의 시대를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분단으로 인해 더 이상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리고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힘으로 지키려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완전한 평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평화의 사도로 불림 받은 우리 신앙인들은 그러한 역할에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합니다. 진정한 평화를 향한 이 같은 여정에 남북의 당국자들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1년 6월 17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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