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미리내성지로 변모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를 방문, 103위 순교자가 성인이 된 지 6년 후 교구에는 103위의 이름을 딴 성당이 건립됐다. 이름하여 ‘103위 기념 대성당’이다.
교구는 1990년 1월 11일 자정 미리내 성지에서 103위 기념 대성당 건립기념 첫미사 봉헌 및 철야기도회를 실시했다. 같은 해 9월 축복식을 앞두고 마련된 이 행사는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순례객 2500여 명이 참석할 만큼 성황리에 진행됐다.
가톨릭신문은 1990년 1월 21일자 지면을 통해 이날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미사에 앞서 마련된 성시간을 통해 순교선열들의 신앙심을 묵상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미리내 성지의 103위 기념 성당은 시성식 이후부터 꾸준히 건립 추진된 것으로, 순교성인의 뜻을 잇고자 1986년 9월 기공식 등 교구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함께해왔다. 특히 순례객들에게 언제나 개방해 열려있는 공간으로, 기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가톨릭신문은 “이 성전 건립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정행만 신부가 ‘오는 9월 순교자현양기념대회 때 축복식과 함께 성전을 개방하려던 계획을 변경, 증가일로에 있는 순례객들의 편의와 열심을 북돋우기 위해 첫 미사 봉헌식과 함께 언제라도 순례객들에게 개방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에 따라 세계 여러 곳의 순례지가 대부분 관광의 성격을 띤 반면, 루르드 성지만이 기도하는 성지로 각광을 받듯, 이 성전 건립으로 인해 미리내 성지는 기도하는 성지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성당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외부는 화강암으로 웅장함을 나타냈고, 내부는 순수 고딕양식을 사용해 경건함과 우아함을 겸비했으며, 광장과 주차장,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미리내 성지가 큰 발전의 걸음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당시 교구장이었던 김남수 주교는 강론을 통해 “그동안 순례객들이 노천에서 철야기도를 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이 좋은 기도의 궁전에서 세계평화와 조국통일, 공산주의자와 자유진영의 쾌락주의자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