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대리구 광명지구 광북성당(주임 허정현 요한세례자 신부) 소공동체 봉사자 70여 명은 4월1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광북본당 설립14년 만의 화려한 외출이다.
그동안 이웃 본당이 성지순례나 피정을 떠날 때마다 부러워했던 구역장, 반장들은 거의 다 주부라 준비하는 마음은 분주했다. 3일 동안 빈자리를 채워놓을 음식이며 이것저것 챙기고 제주도 순례의 벅찬 설레임으로 잠을 설쳤다.
처음 찾은 곳은 '정난주 마리아의 묘'다. 정난주 마리아의 묘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입구에 커다란 야자수가 두 줄로 서 있었고, 그 길 끝에 무덤이 있다. 가끔 순교지에 오면 성인들의 통공이 실감이 난다. 죽은 자와 산자와의 기도가 서로 오가며 어린 아들을 추자도에 떼어놓고 생이별하며 살았다는 안내자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
봉사자들은 '124위 순교자 시복시성 기도문‘과 성가 '순교자의 믿음'을 함께 부르면서 '백색 순교자'인 정난주 마리아의 신앙을 본받고자 했다.
이후 자리를 옮겨 성 김대건(안드레아)신부 제주 표착 기념관과 성당이 세워진 '용수성지'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성지를 둘러 보았다. 기념성당의 정면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는 금가항 성당 모습이고, 지붕은 파도와 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또, 어둠을 밝히는 교회와 김대건 신부를 상징하는 등대 모양의 종탑과, 라파엘호의 모습을 본 딴 표착기념관. 1999년7월 김대건신부 귀국 154년 만에 복원된 라파엘 호는 용수성당이 지어지기 전 까지는 신창성당에 모셔져 있었다고 한다. 마당에는 김대건신부가 난파와 침몰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기적의 패에 새겨진 성모님께 기도했다는 기적의 성모님 서 계셨다. 2008년 봄까지 용수공소를 지키던 성모님이 공소가 폐지되고 이곳에 옮겨 왔다고 한다.
둘째 날에는 성 이시돌 목장내에 있는 '새미 은총의 동산'을 순례했다.
새미(SAEMI)는 S : Sanctus : 거룩한, A : Anima : 영혼, E : Evangelium : 복음, M : Mediator : 중개자 I : Imago dei : 하느님의 모상, 첫 글자를 따서 표기한 것으로, 성모동굴도 있는 새미 은총의 동산은,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수 주변을 '묵주기도'와' 미사'가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성경공원으로 다듬어진 곳이었다.
또한, 예수님의 공생활을 테마로 한 '예수생애공원'과' 십자가의 길'이 완성되면서 '은총의 동산'으로 명명하고 순례지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봉사자 일행은 묵주기도를 하며 호수 한 바퀴를 돌았다. 새미 은총의 동산 초입에는 예수님의 탄생으로부터 최후의 만찬까지의 공생활 중 14개의 주요사건을 테마로 한 예수의 생애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십자가의 길은 너무 리얼하게 만들어 놓아 가슴이 뭉클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발을 씻기는 동상은 샘물을 흐르게 하여 만들어 놓았고, 최후의 만찬도 인상에 남는다. 성모님과 예수님과의 만나는 모습은 애절하기까지 했다. "행복합니다. 마음속으로 순례의 길을 생각할 때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 (시편 84,6) 의 글귀가 생각났다
둘째 날 하루를 아무 일없이 순례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애월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애월성당은 물가에 달빛이 비친다는 뜻으로 달빛이 비치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공소로 사제가 주말에만 미사를 봉헌한다.
이날 미사 강론에서 허정현 신부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와 보니 건강이 되살아나는 기분” 이라고 말하고, “이 세상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우리를 일으키고 살리시는 부활하신 주님께 의탁하고, 초대교회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것을 공동소유하며, 소공동체 봉사자가 함께 나누고 일정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도록 힘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성지순례를 와서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은 더 값지고, 좋은 환경에서 피정과 같은 느낌으로 함께 지내면서 이 좋은 마음을 이웃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영육간의 건강을 잘 맞추어 나가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신앙생활이라는 것을 깨닫고 구역, 반으로 돌아가 열심히 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셋째 날에는 황사평에 있는 순교자와 성직자 묘역에서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황사평 성지는 1901년 신축교안(辛丑敎案)때 희생된 신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제주도에는 1899년 두분 선교사 신부가 파견되면서 선교가 시작되었으며 천주교의 교세가 확장되어갔다. 그러던 중 신축교안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 조정에서 파견되어온 봉세관의 과다한 조세징수와 관리자로 이용된 일부 신도들로 인한 오해, 전교과정에서 신앙과 위배되는 풍습에 대한 반대 등으로 주민들과 잦은 충돌이 있었고 이에 저항한 민회가 열리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수백 명의 신자들과 양민들이 관덕정 등지에서 희생되어 사태가 진정된 후, 조정으로부터 양도 받은 이곳 황사평에 안장 하였다고 한다. 700여명의 무명 순교 묘지 와 28명의 불란서 선교사와 제주교구 초대 주교이며 한국에'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한' 현 하롤드 대주교'와 ' 신.구약성경'을 한국말로 번역한 '임승필 요셉 신부님' 등 성직자들의 묘, 제주의 첫 순교자 김 기량 펠릭스의 '순교 현양비'와 제주에서 사목했던 외국 선교사들의 '공덕비'가 있다.
봉사자들은 2박3일 동안 제주도 성지순례를 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된 것을 주님께 감사드리고, 순교자들의 신앙을 생각하면서 그분의 사랑을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좋아했고, 미사 중에 이 세상에서의 순교정신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본당신부의 강론을 되새기며 소공동체 봉사자로써의 역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글. 최효근 명예기자 / 사진. 광북본당 장정숙 마리아 홍보분과차장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