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감사의 계절 오월, 지난 9일 수원교구 사회복지 노인양로시설 ‘아녜스의 집(원장 김은미 엘리사벳 수녀)’에서는 어버이날 행사의 일환으로 ‘어버이 날 효잔치’가 열렸다.
수원대리구 가톨릭운전기사사도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자원봉사자, 한울어린이집 어린이들이 60여 명의 입소어르신의 아들과 딸, 손녀가 되어 보내는 즐거운 하루 잔치였다.
이른 아침부터 새 옷으로 갈아입고, 분을 뽀얗게 바르고 빨강 립스틱으로 곱게 화장을 한 어르신, 평생을 어머니로 살아 온 할머니의 가슴에는 한 송이 카네이션이 달렸으며, 어르신들의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미사와 함께 시작된 잔치는 식사와 공연으로 이어졌다.
강론에서 수원대리구 사회복음화국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오랜 시간 엄마였던 할머니들의 생애”를 되새기며, “하느님이 모든 곳에 있으실 수 없어 준비해 놓은 분이 어머니”라는 말로 값진 어머니의 마음을 칭송했다. 이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세상, 부모님이 계셨다는 것에 감사하고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시간”이 되기를 당부했다.
미사 후 야외에서 펼쳐진 공연은 ‘진선미공연단, 세류3동 문화센터, 첼로사랑 봉사단’이 출연하여 민요, 풍물, 첼로, 부부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운전기사사도회와 어르신의 흥겨운 노랫가락과 어우러져 한층 분위기를 돋웠다.
“얼싸 좋아, 얼씨구 좋다.”
한강수 타령에 맞춰 휠체어에서 손뼉을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할머니들, 관중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공연을 즐겼다.
아녜스의 집에서 3년째 어르신 효도잔치를 후원하고 있는 운전기사사도회, 회장 백현구(베드로) 씨는 “어르신들이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고 맞아주신다. 집에서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하니까 대리만족을 한다. 하루이지만 영성적으로 얻는 것이 있고 뿌듯함을 느낀다.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개인택시사업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매월 1만원씩 모아 기금을 형성한다. 자주 자리를 만들면 좋겠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다”며, “사심 없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감수하고 인내하면서 봉사하는 것이다. 하느님 사업의 도구로 써주시는 것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하느님 사랑으로 정말 행복해요”
이날 미사 중에 어르신들은 정성을 가득 담아 운전기사사도회 회원들에게 손수 제작한 선물을 증정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각자 일감을 나누어 직접 재단을 하고 재봉틀로 박음질을 하고 다림질해 완성한 미사보 주머니는 여러 할머니들의 사랑과 기도의 결실이었다.
선물 제작의 일등공신인 안은자(미카엘라) 어르신은 “무엇보다 한 달이 넘게 미사보 주머니, 복주머니를 만들면서 제일 보람 있고 기분이 좋았다”면서, “받는 사람의 가정이 평화롭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박음질을 했다. 아기를 입양 보내는 마음”이라며 즐거워했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지겹다고 그만하라고 했는데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했다. 정말 기뻤다. 내가 그렇게 큰 기술이 있는 것을 몰랐다. 계속하고 싶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올해 연세가 여든 여섯인 어르신은 커튼, 탁자보 등 시설 곳곳의 소품을 제작했고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공연 전에 어르신의 적적한 방안에는 한울어린이집 21명의 어린이들로 가득 찼다. 사탕을 가득 채운 복주머니를 선물로 받은 아이들은 어르신께 안기고 침대에서 마음껏 뛰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일대일로 연계된 세대 통합 프로그램에 참여해 9년째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 한울어린이집 이현옥(로사) 원장은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기억하고 예뻐해 주신다. 아이들도 할머니께 다가가는 것이 쉽고 양로원에도 할머니가 계신다며 할머니 집에 언제 가냐며 재촉한다”며 웃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다양한 활동을 같이 하는데 한 가족같이 편안하다. 할머니께 선물을 준비해 ‘공경’을 드리고 나눔을 배우게 하니까 교육적으로도 좋다. 할머니도 사탕이 담긴 복주머니를 주셨다.”고 말했다.
어르신의 좋아하는 옷, 색깔, 음식, 취향까지 꿰뚫고 있는 원장 김은미(엘리사벳) 수녀는 “우리는 무의탁 시설이라 보호자 없는 분들이 많다.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이런 날이 어르신에게는 제일 힘들다. 누군가가 ‘나의 어머니’로 하루만이라도 아들, 손자가 되어 준다는 것은 굉장히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의 몸은 시설 안에 계시지만 마음은 더불어 세상을 품고 있다. 때마다 이웃과 세상을 위해 특별 기도지향을 바친다. 손님을 맞아들이고, 선물을 주기 위해 준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필요하고 쓸모 있는 존재라는 자긍심으로 신이 나서 아픈 것도 잊어버린다. 정정당당하게 주고받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천사의 모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아녜스의 집은 2000년 양로원으로 개원하여 2008년 노인요양시설로 변경 후 2012년 양로시설로 재 변경한 노인복지시설로, 참가정공동체이루기’를 목표로 ‘내가 받고 싶은 케어’를 지향하며 서로 도와주는 老-老 케어를 실시하고 있으며 2009년, 2010년 장기요양기관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후원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575-1 031-269-1009)
서전복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