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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밀알 하나] 외상으로 산 '초코파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5-27 조회수 : 628
   역시 군대 훈련병들에게 초코파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예비신자 교리를 받는 훈련병들에게 주는 고급 초코바의 인기는 더욱 높았다. 내가 사목했던 비성대성당 좌석은 400개인데, 간식을 업그레이드 하며 전폭적인 관심을 기울이자 예비신자만도 500여 명이 넘어 야외 천막을 치고 교리를 가르쳤다. 평소 미사에 참례하는 이들도 300여 명 정도였는데, 어느새 열 곱절이나 되는 3000여 명이 매주일 미사에 나왔다. 신이 났다. 그런데 문제는 간식. 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간식을 사줄 돈이 없었다. 우선은 부대 슈퍼마켓과 피엑스에서 외상으로 간식을 사들였다. 젊은이들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드디어 외상값을 갚으라는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연말까지 갚지 않으면 외상 거래조차 중단될 위기였다. 밀린 외상값은 2500여 만 원. 그 큰돈을 무슨 수로 갚는단 말인가? 궁리 끝에 나는 교구 선배 신부님들께 무턱대고 전화를 돌렸다. 그런데 선배 신부님들께서는 모두 기꺼이 도와 주셨고, 후배 신부들까지 정성을 보태줬다. 참으로 고마웠다. 내가 수원교구 사제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단 이틀 동안 간식비로 들어온 돈이 3000만 원이 넘었다. 그 이후엔 군종후원회에서도 지원금을 늘려 주었고, 부대가 있던 진주 시내 본당과 나를 알고 있는 신자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늘 넘치게 베풀어 주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후 비성대본당에서는 영세식과 축하식이 수시로 열렸다. 연간 100여 명의 영세자가 탄생하던 비성대에서 평균 1000여 명 이상이 세례를 받게 됐다. 이렇게 비성대에서 시작된 세례주기는 전 군에 파급효과를 줬고 매년 30만 명이 들어오는 장교, 부사관, 사병들을 10배 이상 교회로 인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나는 우리 교구에 군종후원회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교구에 후원회 설립을 건의하고 회칙도 만들어 올렸다.
 
   앞으로도 보다 많은 교구민들이 군종후원회에 적극 가입하시길 부탁드린다. 그 작은 정성이 젊은이 한 명을 신자로 만들 수 있으며, 군종 신부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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