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에서 사목자로서 거의 반평생을 살아온 것을 감사하면서도 제 지난 사목생활을 돌이켜 반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 신자들에게서 가장 듣기 민망스런 것 중 하나가 신부님이 바뀌면 이제까지 해왔던 본당이나 기관 그리고 단체의 모습이 변경되거나 무시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교구에선 사제들의 인사이동 시에 주교님들께서는 잔소리같이 들릴 정도로 선임자가 해 놓은 운영방법이라든지 흐름을 무시하지 말고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일깨워 주시곤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목자가 여러 사목적인 계획들을 수립하면서 신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회합 시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최근 저는 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교구 설정 50주년 준비위원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엔 성직자 20명과 수도자 대표와 평신도 대표들 약 5, 6명이 참석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11차의 회의를 하면서 그동안 수도자 대표는 물론 평신도 대표들이 발언하는 것을 딱 한 번 들었습니다.
사제들이 책임자로 있는 곳은 대부분 이런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1. 본당이나 기관이나 단체가 평신도의 발언이 중심이 돼서 운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성령봉사회와 부부재일치 운동 즉 M.E 등의 운영 방법입니다.
1. 본당의 사목회는 물론 기관이나 단체에 수도자나 평신도의 발언권의 비중이 더 컸으면 합니다.
사제들은 교회 초세기 때 사도들이 부제제도(봉사자)를 신설할 때의 사건을 주목해야 합니다. 사도행전 6장 3~4절의 내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옮겨보았습니다.
“평신도들에게 교회 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다 맡기고, 사제들은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저는 내년 50주년 기념행사 시에 이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새로운 틀의 교구의 모습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