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수원대리구 권선동본당(주임 현민수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성모승천순례단 열두 번째 순례는 2개 코스로, 죽산성지에서 어농성지까지(15.2Km) 걷고 다시 어농성지에서 단내성지까지(6Km)를 걷게 됐다.
“이번 순례는 가장 더울 때 걷게 되어 염려되지만, 주님을 향한 여러분들의 열정으로 잘 이겨 내리라 확신한다”고 말한 현민수 신부는 강복으로 순례단을 배웅했다.
이날은 총 104명중 94명이 참가하였고, 추가 10명 포함 총 104명이 함께 했다.
8시 25분 순례단은 죽산성지에 도착했다. 순교자 묘역으로 올라가 시작기도와 순교자를 위한 기도를 바친 순례단은 각자 성지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님을 향한 아픈사랑...죽산성지
안성시 일죽면 죽림리에 있는 죽산에는 조선시대도호부가 있어서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교우들이 살육됐던 처형지와 교우들을 심문하고 고문하던 관아가 있던 곳이다. 한치수, 김도미니코, 여정문 일가 등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 25명에 이르고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목숨을 잃은 ‘잊은터’라 불리는 곳이다. 땀의 순교를 체험할 수 있는 묵주기도길이 있고 무명순교자묘역을 중심으로 병인박해 순교자 묘역 25기가 나란히 꾸며져 있다. 순교자 묘역 위에는 십자가상과 십자가의 길 14처가 조성되어 있어 순교의 결정체인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예수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기쁨과 은총을 만끽하고 정화되는 거룩한 장소이다.
순례단은 몸 풀기 체조를 마치고 어농성지를 향해 출발했다. 흐린 날씨라 조금은 걷기가 수월했다. 순례길은 농로로 이어지고 마을들을 통과한다. 아직은 뜨거운 여름이라 콘크리트 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후끈거린다. 그래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했다. 하구산 마을을 지나고 상구산 마을 회관을 지나 매산주유소에 도착하여 첫 번째 휴식을 가졌다. 함께 간식을 나눈다. 그래도 가장 맛있는 것은 물이라며, 모두들 흘린 땀을 보충한다.
다시 길은 농로로 이어졌다. 이미 논에는 벼이삭이 패어 있고 곳곳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가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70번 국도로 들어서자 보도가 따로 없어 한 줄로 걷는데도 매우 위험하였다. 교통량은 많지 않으나 차량의 속도가 빨라 모두 주의하며 걷는다.
영창대군 묘지입구 사거리를 지나 도로 옆 방초사료에서 두 번째 휴식을 가졌다. 휴식 후 고갯길이 이어진다. 도로의 열기가 겹쳐 땀이 비오듯 흐른다. 고갯길을 내려와 다시 농로 길로 접어드니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좌우로 펼쳐진 논의 푸름과 길섶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30여 분을 걷자 어농성지 표지판이 보인다. 입구의 예수상이 팔을 벌려 우리를 반긴다. 권선동본당 출신이며 어농성지전담 인 김태진(베난시오) 신부가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순례단에게 와서 인사를 나누고 강복을 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순례단은 성지 곳곳을 둘러봤다. 모두들 광장 앞에 조성된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을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후 이어지는 순례길을 위해 모두들 물을 보충하였다. 몸풀기 체조를 마치고 연못 옆으로 나있는 산길을 걷는다.
이길은 디딤길 책자와는 다른 길로, 사전답사 때 새로 개척한 길이다.
이십여 분을 걷자 42번국도 길이 나왔다. 국도를 10여분 걷고 대덕산로로 좌회전하여 농로로 진입하였다. 마을을 지나 주박리 마을회관에서 휴식을 하였다. 미리 준비한 시원한 음료수를 나누어 주어 갈증을 풀며 앉아 쉬었다.
하천길을 따라 걷다보니 멀리 산위에 예수상이 보인다. 단내성지가 가까워지자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미리 도착한 단원들이 단내성지 입구에 도열하여 박수를 치며 환영해 준다. 일 년을 함께한 단원들은 이 곳 성가정성지에서 한가족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정은 바오로와 정베드로 묘소를 참배하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오늘의 순례길을 마감했다.
* 12차 순례길여정
죽산성지 (도착 08시20분/출발 08시50분) -> 1차 휴식 매산주유소(4.1Km지점 도착9시45분/출발 10시) -> 70번국도진입 10시40분(약7Km지점)-> 2차 휴식 방초사료 (약10Km지점 도착 11시02분/출발 11시20분) -> 두미리 농로길 진입 11시48분 -> 어농성지 도착 12시 28분 식사 휴식/출발 14시 -> 42번 국도진입 14시23분 -> 42번 국도에서 대덕산로 진입 14시38분 -> 휴식 주박리마을회관 (약3Km지점 도착14시50분/출발15시10분) ->호법리 레포츠공원경유 13시30분 -> 단내성지 도착 15시45분/ 출발 16시25분
*성지설명 죽산성지안내서,주평국저서 내용 참조인용
다음 마지막 13차 순례길은 9월8일 손골성지에서 수원성지까지 12Km를 걷게 되며 16시부터 권선동성당에서 해단식을 겸한 파견미사가 있을 예정이다.
부록: 13차순례길 사전답사 동행
지난 7월 23일에는 권선동본당 성모승천순례단의 마지막 13차 순례길인 손골성지에서 수원성지 길 12Km에 대한 사전답사가 있었다.
사전답사는 보통 매달 마지막 주에 이루어지며 순례단 임원과 정례 순례길에 참여가 어려운 단원들이 동행하기도 한다.
이날은 단장인 윤영숙(데레사) 씨, 본부장 최덕빈(안토니오) 씨, 부단장 김성학(가브리엘) 씨, 서기 정순복(로사) 씨, 그리고 항상 차량봉사를 해주고 있는 이호선(요셉) 씨 총 5명이 참여하였다.
아침 8시에 성당에 모여 성당차량으로 손골성지로 이동하였다. 이동경로도 버스가 가기 좋은 길인지등을 조사한다. 성지에 도착하자 먼저 시작기도와 순교자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참가자 모두에게 디딤길 책자에서 제시한 순례길 여정을 기록한 자료가 주어진다. 거리와 소요시간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문득 거리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궁금해진다. “거리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차량을 이용해 기록하고, 산길 등은 스마트폰 앱과 만보계 등을 이용해 측정한다”고 최덕빈 본부장이 설명했다.
성지 옆 산길로 광교산 시루봉을 향해 오른다. 갈림길마다 윤영숙 단장과 김성학 부단장이 길안내 표식띠를 나무에 매달아 표시한다. 시루봉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다.
“답사 때는 보통 7, 8명이 움직이나, 본진은 100여 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코스를 바꾸기도 하고 화장실을 고려하여 휴식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윤영숙 단장이 설명했다.
시루봉을 지나 토끼재 갈림길에 이르자 토끼재로 내려 갈 것인지 책자에 나온대로 형제봉을 경유하여 반닷불이 화장실 쪽으로 갈 것인지 토론을 시작했다. 결국 화장실 문제 등을 고려하여 토끼재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상광교 버스종점에서 큰길을 따라 갈지 저수지 둘레길로 갈지 고민이 다시 시작 된다. 이날은 저수지 둘레길로 가기로 했다. 디딤길 책자에는 농생고를 경유하게 되어 있으나, 새로 조성된 하천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도로보다는 푸르름을 접할 수 있는 하천길이 훨씬 좋았다.
물길 따라 20여 분을 내려가자 북수문인 화홍문이 나타났다. 수문통과가 어려워 다시 옆 도로로 나왔다. 골목길로 수원성지 북수동성당에 도착하였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책자에는 3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총 5시간이 걸렸다.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며 회의가 시작된다. “최덕빈 본부장 정말 대단해요. 지금까지 한번정도 빠지고 매번 답사에 참여했고 미심쩍으면 몇 번이고 다시가곤 했다”고 정순복 씨가 말하였다. 운영진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난 일 년간 무사하고 편한 순례길이 되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조정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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