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아침 9시, 선부동성당에 자리 잡고 있는 경로대상 무료급식 ‘사랑나눔터’에서는 ‘뚝딱뚝딱’ 반찬 만드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19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봉사하기 위해 바쁘게 반찬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는 소리이다.
11시를 조금 넘기자 거동이 불편하신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료급식소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왁자지껄 봉사자들과 무료급식을 하러 온 어르신들의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이 사랑나눔터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사랑나눔터 시설장을 맡고 있는 남준권(요셉·60) 씨가 그 주인공.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남준권(요셉·60) 씨가 이렇게 열심히 봉사하게 된 배경이 있다.
103위 순교자 남종삼 요한의 17대손이며 5대째 천주교 신자인 그는 지난 92년도에 하던 사업이 망하여 돈 천 만원만 들고 지금의 안산 선부동에 자리잡았다.
이후 이를 악물고 노력하여 3년 만에 빚을 다 갚고 새롭게 일어서게 되었으며, 그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한창 나이인 40대에 온 시련을 하느님께 봉사하기로 결심하고는 레지오 단장, 형제회·구역장, 본당 총무 6년을 했으며, 현재 본당 부회장과 재정분과장을 6년 째 겸하고 있다고 했다.
사랑나눔터와의 인연은 2011년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본당 주임 강정근(마티아) 신부는 부임 후 지역특성상 독거노인과 기초생활 대상자가 많은 점을 파악하고, 마침 수녀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비워있는 점을 이용해 김남권 씨에게 노인복지시설을 만들기를 권한것에서 시작한다.
이에 그는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할 목적으로 2010년 9월부터 준비하여 사랑나눔터를 2011년 7월 5일에 설립했으며, 현재 주 5일(월-금)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10여분이 매일 봉사하고 있다. 매일 150여 명의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고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계신 50여 가구에는 도시락이 배달된다.
공단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남준권 씨는 아침 일찍 사업장에 출근하여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다음, 바로 무료급식소로 향한다. 봉사자들과 함께 급식소에서 배식과 도시락 배달봉사를 1시까지 봉사한 다음에는 시청과 구청으로 또 다른 본당으로 후원회 모집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생업을 제쳐두다시피하고 봉사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 주변에 어려우신 어르신들을 많이 보고 자란 탓인지, 지역에 한 끼만 먹고는 박스를 줍기 위해 다니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참 가슴이 많이 아파 눈물도 많이 흘렀다는 그는 21세기를 달리고 있는 이 시대에도 어려운 가정이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또, 돌아가신 어머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나 하나만 잘 살기보다는 더불어 어울려 잘 살기를 바라며 시작한 이 일이 자신에게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힘들 때마다 하루에 한 끼만 드셔서 위가 늘어진 위하수에 항상 허기지게 식사하시는 한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봉사에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분들이 급식소로 와서 한 끼의 식사라도 제대로 드시고 가시는 것을 보며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된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체조배실에서 예수님과 대화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김남권씩에게는 소원이 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오셔서 마음 편하게 드시고 가시는 것이다. 또한 어르신들에게 무료한 시간을 본당에서 하는 노인대학에 다녀 자꾸만 뭔가를 배우기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무료급식 대상자 중 3명이 천주교로 입교하였으며, 이들이 성당에 다니게 된 배경은 다른 데에서도 무료급식을 받아보았지만 교회로 나오라고 강요하여서 더 안 나갔다며, 하지만 천주교는 이런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도 강요하지 않아서 좋고 그래서 입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준권 씨는 무료급식 봉사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배달과 설거지 봉사라고 했다. 처음 시작 시에는 안산 1지구 8개 본당에서 봉사해주기로 했지만 막상 정해진 시간에 매일 와서 봉사 한다는 것이 부담이 가서 그런지 요즘에는 4개 본당만 참여하여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해줄 봉사자들이 많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 무료급식소에서 배식과 설거지 봉사하실 분과 배달 차량 봉사하실 분은 시설장 남준권(요한) 010-3455-1932에게로 연락 바람.
박명영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