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주최한 ‘2012 사형제도 폐지기원 생명 - 이야기 콘서트’가 9월 21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열렸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콘서트는 자전거 탄 풍경 · 강허달림 · 이한철 밴드 등 가수들의 공연과 공지영 작가와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500여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3인조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은 히트곡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감미롭게 불러 생명의 기운을 북돋우는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로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답하였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현장에서 매력적인 허스키보이스로 그들에게 위로를 안겨주고 있는 인권가수 ‘강허달림’이 재즈 블루스의 여러 곡을 선사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인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국가가 수형자의 목숨을 끊는 사형은 없어져야 할 제도이며, 특히 정치적 확신 등이 결정적 동기가 되어 일어나는 범죄인 확신범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강간·살인·절도 등의 죄인이라도 사회에서 적절하게 격리시키는 죄를 물으며 합당한 보속기간을 보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흉악범이 기승을 떨칠 때마다 그 억지효과가 의심되는 형량을 높이거나 사형의 집행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범죄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외층에 대한 관심·사랑·포용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 이용훈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합심하여 진정한 행복과 평화 그리고 정의가 강물같이 넘치는 사회를 구현하자”고 제시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등의 소설과 에세이를 집필하고 최근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야기 ‘의자놀이’를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는 공지영 작가는, 집필하면서 이러저러한 전무후무한 경험으로 인한 이른바 ‘합리적 빙의’ 상태를 겪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토로하기도 했다.
토머스 머튼의 영성을 좋아한다는 공지영 작가는 “죄의 상태는 반(反)하느님적(的)이라기보다는 ‘반인간적’”이라면서, “사랑의 관점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사형제 폐지는 서로 일맥상통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9년 여 동안 많은 사형수들과 만남을 지속해 왔다는 작가는 “‘그들이 가장 선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때가 종종 있었다”고 말하며, ‘사형수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성애 수녀님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또 사형수 등 흉악범들에게 ‘저놈은 죽여야 해!’라고 하는 것은 깊은 성찰 없는 순간적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이야기 콘서트는 이한철 밴드의 신나고 즐거운 무대를 끝으로 생명의 문화를 노래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며 ‘대한민국은 사형 폐지국!’ 이라는 희망의 슬로건을 함께 외쳐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야기 콘서트를 관람한 정수산나(정자동주교좌성당·45) 씨는 눈물이 난다면서, “저 또한 뉴스에서 보는 순간 저런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했던 사람인데,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깊은 성찰 없는 순간의 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인요세피나((정자동주교좌성당·55) 씨는 “그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콘서트를 통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닌, 그들도 가까이 있는 내 가족 내 이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들이 가까이 느껴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음달 26일 저녁 7시에는 대구대교구 삼덕 성당에서 올해 두 번째 생명-이야기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형법 제66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사형(死刑)은, 범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로 교도소 내에서 교수(絞首)의 방법으로 집행된다.
형벌제도로서 사형을 폐지시키려는 ‘사형폐지론’이 세계 각국에서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으며, 그 근거로서 사형은 잔혹비인도적이고, 오판에 의하여 집행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 그 위하력(威嚇力)은 일반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강하지 않다는 것, 피해자의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범죄인을 교화하여 사회에 복귀시킨다는 ‘특별예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현재 독일, 스위스 등 사형을 폐지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영국에서도 최근 실질상 사형을 폐지하고, 미연방최고법원에서도 사형을 위헌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사형존치론’은 응보관념, 일반 위하적 효과, 국민의 법 감정의 만족 등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세상에 존중받지 못할 생명이 있다는 주장보다 더 위험한 생각은 없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는 생명과 인권의 소중한 가치 안에서 국가권력의 겸손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메시지입니다.” - 2010년 10월 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 지침 중에서 -
성기화·김선근·배정애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