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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소식

교구아녜스의 집, 어르신 작품 전시회 열어

작성자 : 서전복 작성일 : 2012-10-08 조회수 : 659

 
   지난 4일, 수원교구 사회복지 양로시설 ‘아녜스의 집(기관장 김은미 엘리사벳 수녀)’ 마당에서는 아녜스의 집 어르신들의 다섯 번째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미사봉헌으로 시작된 전시회는 어르신, 자원봉사자, 기관 후원자와 은인들, 지역사회 주민들, 직원들이 어울려 전시회를 축하하고 오찬을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녜스의 집이 2012년 양로시설로 바뀐 후 다시 열린 이번 전시회는 현재 시설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의 결실이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색지, 실, 비즈, 한지, 천을 재료로 한 다양한 공예 작품이 선보였으며, 어르신의 심리가 표현된 만다라 작품도 전시됐다.
 
   ‘작품 전시회한다’는 말이 떨어지자 물리치료만 받던 할머니들이 재봉질, 가위질, 다림질, 시침질, 정리 개기에 이르기까지 분업화하여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운영할 만큼 어르신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마비로 인해 한 손을 사용하는 분이 풀칠을 하면 두 손 사용을 하는 분이 붙이며 2인 1조의 협동 작업이 이루어졌다. 일요일이면 휴게실은 공장 작업장으로 변했고, 역할 분담으로 금방금방 만들어 내는 어르신의 빠른 손놀림에 수녀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눈이 불편한 대녀 할머니의 길을 살피는 올해 91세인 임연양(수산나) 할머니는 뜨개질 솜씨를 한껏 발휘했다. 할머니는 “기분 좋다. 취미 붙여서 하는 것이니까 안 힘들고 재미있다.”며 행복해했다. 또,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소일거리가 있는 게 사는 것 같다. 애들 생각, 집 생각도 안 나고 시간도 빨리 가서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날은 1957년 10월 4일 천사의 모후 수녀회 벨기에 총원에 한국 수녀들이 최초로 입회한 날로, 벨기에에서 창립된 한국 수녀회 창립일 기념 미사가 봉헌되었다.
 
   수원대리구 사회복음화 국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수많은 사도직 가운데 병들고 가난한 어르신과의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기에 가장 공로를 알아주고 칭찬해 줄 분이 ‘주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벨기에를 향해서 먼 길을 떠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한 초기 수녀들을 되새기며 지난 55년의 천사의 모후 수녀회의 공로를 기렸다.

   사목방문차 들른 천사의 모후 수녀회 총원장 클레르 마리(Clare Marie)수녀는 “하느님 안에서 사랑의 집, 기도의 집, 봉사하는 집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천사의 모후 수녀원의 바람은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살아 환영하고 환영받고, 어르신들이 존중받는 생활이 되는 것이며 서로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형제적 사랑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모든 은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전시회, 사랑의 나눔 풍경 
“안 사시면 후회합니다. 싸니까 사세요.”
“목둘레에 맞춰 AS까지 책임집니다.”
“진짜 예쁘다.” “솜씨 진짜 좋다.”
여기저기서 감탄사 연발이다. 묵주, 브로치, 목걸이, 귀걸이를 팔에 걸고 귀에 대보는 이, 살림살이 챙기는 이, 각양각색 관람객들의 입가에 함박 웃음이 활짝 폈다.
 
   신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실공예 작품 중 일부는 십여 분만에 매진되었다. 한보따리를 산 신자들은 “어르신들 작품이 너무 훌륭하다. 대박이다. 솜씨도 좋고 가격도 싸고 저렴하다.”며 신나했다.
 
   전시회에서 종류별로 산 물품을 자랑하며 내보이는 권옥화(바울라·율전동성당) 씨, “손수건이 다 수작업인데 8장 한 박스가 2만원”이라 자랑하면서 “염색이 선명하고 정교하고 기교가 아주 뛰어나고, 그림이 한 장 한 장 아기자기하게 어르신들의 추억과 꿈이 담겨져 있는데 정말 훌륭하고 대단하시다”며 만족해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녜스의 집 자원 봉사자들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였다. 3년 째 생신잔치나 행사 때면 어김없이 연주봉사를 하는 ‘첼로사랑음악봉사단’, 직접 다식을 만들어 편안한 여유와 대접 받는 기회를 제공한 ‘다도 봉사자’, 한지, 비즈, 색지 등 다양한 분야의 봉사자들이 참석했다.
 
   사회 복지 실습이 인연이 되어 지난 6년간 매달 2회씩 꾸준히 봉사를 해 오고 있는 한지하우스봉사팀 박연성(프란체스카 로마나) 씨는 “처음에는 혼자 하다가 한지하우스 다음카페 회원의 물품 후원 재료 후원을 받아 같이 하고 있다”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안 오면 할머니들이 보고 싶다고 전화가 온다. 할머니들이 가족 같고 기도도 많이 해 주신다. 우리 딸 시험보기 전날에도 기도 해주셨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또 그녀는 “전시회 수익금으로 다시 재료를 사는데, 어르신들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으시다”며 “재료와 골격을 구입하는데 후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앙 안에서 어두운 곳에 빛이 되기 위해 올 8월부터 종이타월을 이용한 특허 출원을 하자마자 봉사를 시작했다는 색지공예봉사자 한점순(로사·평촌본당) 씨는 “밑그림 없이 특수 색지를 말고 찢고 꼬아서 붙여서 그림을 그리는데, 색지 자체가 밝고 화려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고, 손가락 끝의 신경을 자극해 치매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할머니들이 좋아하고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봉사를 약속했다.
 
   “첫 회부터 호응도가 높았다”고 밝힌 사회복지사 김준화(크리스티나·일월본당) 씨는 “제3회 때는 수익금으로 할머니들을 갈비집에 모시고 가서 외식을 했다”며 뿌듯해 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진통제 약이 줄었다.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 같다”며, 남을 배려하게 되는 것, 프로그램 참여 의지와 자존감 향상을 작품 전시회의 효과로 꼽았다. 또, “전시회를 통해 재료 구입 후원자에게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지역 사회 안에서 어르신들이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전복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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