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겨울의 문턱인 입동.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학일리 문수산 자락에 위치한 용인대리구 원삼본당(주임 김종훈 아우구스티노 신부) ‘고초골 피정의 집’.
돌담 곁에서 노란 국화꽃이 맑은 향기를 토해낸다. 돌담길 따라 까치밥 몇 개 달린 감나무 옆 장독대에서는 작년에 담근 ‘고초골 된장’ 익는 향기가 물씬 풍긴다. 된장독 앞 양지바른 곳에 열대여섯 명의 자매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벌말성당에 배달할 된장을 뜨고 있다. 이다경(사비나·13) 양 등 주일학교 학생들과 89세의 최고령 할머니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여름내 땀 흘려 농사지은 콩으로 가마솥에 푹 삶아 노랗고 예쁜 메주를 만들어 지푸라기로 엮어 매다는 ‘2012 원삼본당 고초골 메주 만들기 축제’가 11월 6~11일까지 엿새 동안 열렸다.
먼저 콩을 충분히 불린 다음 가마솥에서 대여섯 시간 동안 삶은 후 대형 믹서에 넣으니 콩이 굵은 가락국수 모양으로 짓이겨 나온다. 이어 콩이 식기 전에 서둘러 2.7kg씩 뭉쳐 정사각형 나무틀에 집어넣고 야무지게 밟아 만든 메주의 여섯 면을 볏짚으로 묶어 겹겹이 설치한 시렁에 짝으로 얽어 동여맨다. 이렇게 해서 내년 음력 정월 대보름까지 그늘과 햇볕이 조화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건조장’에서 말린 후 띄우면 된장·고추장·간장의 원재료가 되는 ‘재래식 메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축제 열흘 전 212㎡의 ‘건조장’을 새로 설치하기도 한 본당공동체는 하루 50명씩 6일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이 메주 만들기에 자원 봉사했다. 예년의 콩 40가마니(1가마니=80kg)를 넘어 올핸 10가마니를 더했다.
김종훈 신부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축제 내내 삶은 콩을 믹서에 집어넣는 공정에 참여했다. 오후 5시 해질녘 마지막 작업을 마친 김종훈 신부는 “아이고!”하며 처마 밑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후 안젤라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며 “할머니 자매님, 고생하셨어요!”라고 격려한 후 영광송과 강복으로 하루 일과를 마쳤다.
‘2012 원삼본당 고초골 메주 만들기 축제’ 엿새 동안 메주를 만든 교우들은 마지막 작품들을 들어올리며 ‘희망의 땅, 복음으로!’를 외쳤다. 하느님 안에서의 일치와 화합을 이룬 아름다운 축제 행사였다.
총회장 김상열(비오·72) 씨는 “본당 교우들이 직접 재배한 국산 콩만을 매입해서 메주 3000장을 만들었다”며 “열 번째를 이어온 ‘메주 만들기 축제’가 주임 신부님을 비롯한 본당공동체의 융합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원삼성당에서 지난 10년 동안 본당 신자들의 정성으로 만든 메주 및 된장 판매 수익금으로 적립한 금액은 새 성당 건축비의 1할 가량을 충당할 정도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2003년 9월 30일 양지본당으로부터 분가 설립된 원삼본당의 신자 수는 640여 명이다. 주보는 성 정하상 바오로. 2011년 4월 9일 새 성당 기공식 첫 삽을 뜬 후 2012년 1월 29일 입당미사를 봉헌했다.
※문의 031-332-3457 원삼본당 사무실
성기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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