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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교구 설정 50주년 기획] 수원교구의 과거, 현재, 미래 (5)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2-03 조회수 : 506

   미산 골프장, 용산참사, 4대강 건설, 제주 강정마을,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회문제다. 모두가 외면하고 문제를 축소시키기에 바쁜 가운데 언제나 현장에 나타나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대표 서상진 신부, cafe.daum.net/casuwoncommongood)’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세상으로부터 억압과 핍박받는 이들 곁에서 함께하는 이들이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교구 설정 50주년 및 신앙의 해를 맞아 발표한 사목교서에서 ‘사회복음화’를 강조하며,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사람의 생명과 생태환경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고 당부했다.
 
   기획 ‘교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마지막 시리즈로, 세상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교회로서 제 역할을 하는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의 ‘사회복음화’ 활동을 통해 교구가 꿈꾸는 미래를 살펴본다.
 
■ 사회참여는 교회의 사명
 
   지난해 9월 3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지에서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됐다. 2010년 2월 17일 시작된 이래 정확히 930일 동안 이어졌던 미사의 마지막이었다. 사회가 외면하고, 동료들이 떠나가는 현장에서도 끝까지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4명의 농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항상 이들 곁에서 함께했던 사제들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한 축이었던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이하 사제연대)도 이날 현장에 있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적 풍토 속에서 하느님의 선물인 ‘자연’을 지켜낸 기쁨과 농민들과의 동지애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다.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이들이 소리 없는 고통을 호소하면 사제연대는 언제나 가장 먼저 다가간다. 보통 사람들처럼 외면하거나 관망해도 될 법도 하지만 그들은 절대 가난한 이들과 현장에서 등을 돌린 적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적절한 사회참여는 그리스도인 본연의 의무’라는 사회교리 가르침에 따랐을 뿐이다.
 
   최근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앞 송전탑 밑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세상을 꽁꽁 얼려버린 강추위에도 단 한 번도 미사가 중단된 적이 없다. 70일 가까이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이미 두물머리에서 지루한 싸움을 경험한 바 있는 사제들은 작은 힘이 모여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알고 있다.
 
■ 신앙의 내용을 삶의 실천으로
 
   사제연대에는 13명의 교구 신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상 안에서 복음적 삶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8년 10월부터 뜻을 함께해왔다. 사목현장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제들이지만 정의가 무시되고, 생태환경이 파괴되는 세상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미산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팔당 유기농지 보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 등 교구 관할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는 물론 4대강 건설, 용산참사, 경인운하 건설, 제주 강정마을 등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발품을 팔고, 끊임없이 기도한 덕분에 많은 문제가 해결되기도 했다. 다시 논란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잠정적으로 미산 골프장 건설을 백지화 시켰고, 두물머리도 생태학습장으로써 현재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나갈 수 있었다. 사제연대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해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야말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삶의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회의 사회참여를 적지 않게 비판한다. 그렇다고 사회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용훈 주교가 사목교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세상과 함께 고통과 갈등을 나눌 때 참다운 복음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들은 안다. 교회의 사회참여는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당연한 역할이다.
 
   사제연대가 현장에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공부도 한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미나를 열어 심층적으로 문제를 살펴보기도 한다. 또한 평신도 활동가 양성과 지원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쏟고 있다. 2009년부터는 매년 공동선 장학생을 선발해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한 학교에도 매달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대표 서상진 신부는“일부의 탐욕에 위해서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공동선 실현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선보다는 돈과 물질이 우선시 되는 이 시대에 사제연대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또 자신들을 내놓고 나눌 계획이다.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 9월 3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지에서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가운데) 주례로 마지막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됐다.

 

 ▲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는 세상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교회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2일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 모습.
 
[인터뷰]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대표 서상진 신부
“사회가 올곧게 서야 하느님 사랑도 이뤄집니다”
“구약은 정의의 하느님을, 신약은 사랑의 하느님을 이야기합니다. 정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사랑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성경이 알려주는 겁니다.”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대표 서상진 신부는 성경에서도 공동선 실현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드러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 신부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의 사목교서에서도 잘 나와 있듯이 교회의 사회참여는 당연하다”며 “사회와 교회가 분리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곧 사회가 올곧게 서야 교회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사회문제와 억압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신앙에만 집중하면서 교회가 말하는 사랑을 실천할 수 없어요. 이는 또한 교회의 ‘복음화'라는 본질적인 사명에도 어긋납니다.”
 
   서 신부는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활동을 하면서 불합리한 사회와 자주 맞닥뜨렸다. 일부 계층의 이익 때문에 힘없는 이들과 말없는 자연은 ‘희생’을 강요당했다. 미산 골프장 건설과 팔당 유기농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필사의 노력으로 생존을 위해 싸워도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회의 외면과 냉대뿐이었다.
 
   “솔직히 실망도 많이 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 기대보다 협조하는 분들이 적어서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뜻을 함께하는 사제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기쁨이에요. 그들의 삶과 헌신, 노력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도 없었을 거예요.”
 
   다행히 최근에는 사제연대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젊은 신부 2명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한편 평신도들도 협조하고 나섰다. 현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 등의 든든한 후원도 힘이 됐다. 또한 현장에서도 희망이 싹트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전거길과 레저관광지 건설로 인해 사라질 뻔한 팔당 유기농지를 지켰다.
 
   현재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서 신부는 “두물머리에서의 추억은 정말 힘들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며 “올바른 길을 가면 돕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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