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율전동 성당(주임 김봉기 마태오) 1층 휴게실에서 율전 성모 대학 미술반이 제 1회 미술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2011년 3월 미술반이 신설된 이후 첫 번째로 개최한 이번 전시회는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 11명이 수채화, 인물화, 색연필화 회화 작품 40점, 도자기 접시 11작품, 총 51작품을 출품해 그동안 갈고 닦은 그림 솜씨를 선보였다.
초창기 회원부터 3개월째 접어든 초보 작가까지 참여한 전시회는 성화에서 인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직접 사진으로 촬영한 꽃, 나무 사진을 그린 작품, 서툰 솜씨지만 정성을 다해 예수님, 성모님, 성인 성녀, 연예인을 초상화로 표현했다.
특히 유관순 열사를 상상화로 독창적으로 표현한 최고령자 최덕순(사비나, 82세) 할머니의 작품은 신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림을 그린지 9개월째인 장석렬(율리안나, 78세) 할머니는 오른쪽 눈이 망막 출혈로 수술을 해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붓을 놓지 않았다. 장할머니는 “남편이 치매로 아파 걱정이 많았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조금씩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면서 “우리가 세상에 처음 내놓는 첫 솜씨다. 서예를 남편이 못하게 해서 그림은 밤에 몰래 그려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우년 (세실리아 78세) 할머니는 가족과 남편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다. 남편 최상원(아타나시오 81세) 할아버지는 “2남 1녀를 변호사, 의사로 키워낸 아내가 뜨개질, 피아노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뜻밖이다. 결혼해 산지 50여 년이 넘었는데 미술 쪽에 기능을 가진 줄을 몰랐다.”면서 “여성으로서 세 가지 기능을 다 갖추었다. 친구들에게 손재주가 보통이 넘는다고 얘기한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이 나와 기절하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미술반 회장 이순자(막달레나, 72세) 할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때에 교실 벽에 풍경화 붙은 것이 전부다. 그동안 했으면 많은 작품을 했을 텐데 오랜 세월을 잠재력을 못 살렸구나 싶어 아쉽다.”면서 “그래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하면 팔순잔치 할 때 개인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미술 실력이 전무한 어르신들을 전시회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봉사자의 교수법 덕분이다. 전시회를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한 김명예(마리아) 봉사자는 초중고 전문대 강사를 두루 거친 실력파이다. 다양한 연령층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평소 기도와 신심 생활에 열심한 신자이기도 하다. 그는 선긋기부터 시작해 기초를 탄탄하게 다진 후 명암을 익히고 눈, 코, 입을 각각 따로 연습하며 소묘를 했다. 그 후에 수채화, 색연필화, 인물화 등 장르를 자유롭게 결정하게 했다.
그는 “직접 찍은 사진으로 그림 실력을 다진 어르신들이 직접 스케치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달 24일 첫 야외스케치를 나가기로 계획하고 있다. 연 2회 야외로 직접 스케치를 나갈 계획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날 어르신들은 “다른 사람은 별 것이 아닌 작품으로 볼지 모르지만 우리한테는 소중한 그림”이라며 2명씩 당번을 서며 전시장을 지켰다.
-전시회를 관람한 사람들 -
전시장에 들어 선 신자들은 “정말 잘 그렸다.”, “보통실력이 아니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깜짝 놀랐다.” “아마추어가 아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에 붙여 놓은 증명사진을 보고 율전동 성당 총회장 심용석(알로이시오) 씨는 “다 아는 분인데 이렇게 그렸다니까 놀랍고 신기하다. 사람이 무엇이든지 하려고만 하면 다 할 수 있다.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니까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예수님을 보면서 선하심이 느껴진다. 입을 다문 모습에서 권위가 느껴져 감동이다. 꽃은 삼위일체를 표현한 것 같다.”는 김종숙(리디아) 씨는 작품 감상에 푹 빠졌다.
서철하(요셉) 씨는 “꽃이 살아 있다. 몇 개월 배워 이렇게 했다는데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다. 숨은 실력을 사장시킨 거지,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일찍 했다면 화가로서 이름을 날렸을 것 같다.”며 감탄해 했다.
성모대학에서 2년 6개월 동안 그림 성서를 강의했다는 윤명희(마리아, 66) 씨는 “하느님이 정말 놀랍다. 저렇게 손이 굳은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가 있는가. 우리 어머니들한테 이런 재주가 숨어 있나 깜짝 놀랐다. 전혀 그림과 관계없고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잘 하실 수가 있다니 하느님의 지혜다. 작품을 통해 하느님께서 은총을 불어주신 것”이라며 감탄했다.
어르신에게는 자신감과 위로를, 신자들에게는 하느님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하는 전시회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된다.
서전복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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