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고초골 마을에는 고소한 콩삶는 냄새가 진동했다.
용인대리구 원삼본당(주임 김종훈 아우구스티노 신부) ‘고초골 피정의 집’.
이곳에서 3개의 큰 가마솥에 장작불로 삶아지는 노란 메주콩 맛은, 예전에 어머니가 담그는 된장의 구수한 향기와 손맛이 어우러진 옛 맛 그대로였다.
11월 6일부터 10일 까지 닷새 동안 전신자가 하나 되어 ‘메주 만들기 축제’를 벌였다.
전날부터 물에 충분히 불린 콩은 가마솥에서 여섯 시간 동안 대형 주걱으로 뒤집으며 삶아야 부드러운 메주가 되기에 적합하다. 이렇게 삶아진 콩을 대형 믹서에 간 후 나무틀에 꼭꼭 채워 밟아 덩어리로 만들어 전통 방식으로 볏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에 동여맨 후 건조장으로 옮긴다.
작년에 지은 건조장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양지바른 곳에 만들어져, 40가마니의 콩으로 만들어진 메주가 내년 정월까지 잘 띄워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본당에서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메주로 전통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장독에 보관하며 주문판매를 하고 있다.
올해로 11년 동안 해온 메주 만들기는 새 성당 건축비 마련에 큰 몫을 해왔다. 본당은 앞으로도 본당 부채상환을 위해 메주 만들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 아침부터 본당 형제자매들은 이곳 피정의 집에 모여서 메주 만들기에 바쁜 하루를 보냈으며, 보람찬 5일간의 메주 만들기는 본당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으로 끝을 맺었다.
김현풍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