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 성당까지 걸어가며 곳곳 쓰레기 수거
“본당 설립 50주년이라는 큰 잔치를 앞두고 있으니, 대청소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죠.”
미사를 참례하러 오는 신자들 손에 각양각색의 봉투가 들려있다. 저마다 봉투에 가득 담고 온 것은 쓰레기. 얼마나 열심히 주워왔는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신자들은 성당 입구에 가지고 온 쓰레기를 놓아두고 미사 참례를 준비한다. 곧 있으면 미사 시작 시간인데 본당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고 쓰레기만 가득한 상황. 그러나 걱정하는 신자는 아무도 없다. 이날은 바로 평택대리구 오산본당(주임 배경성 신부)의 차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신부님께서 오늘 미사 참례하러 올 때 복장은 편하게, 이것저것 들고 올 필요 없이 그저 쓰레기만 열심히 줍고 오면 된다고 했으니까 열심히 한 번 해봅시다.”
지난 3월 30일 오전 9시30분. 미사 시작까지는 한 시간도 넘게 남은 시간이지만 오산본당 신자들은 저마다 봉투와 장갑을 준비하고 구역별로 모였다. 주보를 통해 공지했듯 오늘은 차 없이 성당을 향해 걸어가며 길가에 있는 쓰레기를 주울 것이다. 여기저기 숨바꼭질 하듯 숨어있는 쓰레기들을 찾아 봉투에 담고,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것들을 정리하니 확실히 깨끗하게 보인다.
“여기가 전에 우리 본당이 있던 자리예요. 이렇게 천천히 쓰레기를 줍고 가니 옛 생각도 나고 좋네요.”
오산본당은 이번 해 달력에 본당의 지난 역사를 담은 사진들을 실었다. 50주년을 앞두고 본당 신자들이 그간의 추억을 떠올려보게끔 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차 없는 날에도 거리를 걸으며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린 신자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었다. 성당이 가까워지자 쓰레기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미 앞서서 지나간 신자들이 깨끗이 치워놓았기 때문이다.
“오늘 일이 있어서 교중 미사에 참례할 수 없다는 분들은 새벽 미사를 참례하고 아침 일찍 쓰레기를 줍고 가셨어요. 비록 같은 시간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그렇게라도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니까 참 우리 공동체가 좋은 공동체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이날 함께 쓰레기를 줍고 마지막 정리까지 함께한 김정효(베로니카·56)씨는 “여러 구역장님 반장님들이 구석구석까지 찾아가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니 정말 우리 신자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작은 일이지만 우리의 이런 희생을 주님께서는 바라고 계실거라 생각하고 오늘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 오산본당 신자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성당 입구에서 분리수거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nicola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