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천지의 모후 레지아(단장 김상국 토마스·영성지도 문희종 요한세례자 신부)는 26일 청년 단원 및 성인 간부 450여 명과 함께 전북 익산에 위치한 나바위성지(주임 김경수 요한사도 신부)로 도보(열차)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순례자들은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열차 순례길에 올랐다.
전북 강경역에 도착한 청년 단원들은 레지아 소속 30개 꼬미시움기를 앞세우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의 유해와 십자가를 선두로 하여 황산포구, 금강유역, 황산포구 등대를 지나 나바위성지까지의 약 3.5Km(1시간)를 도보로 이동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에 대한 경배 예절로 나바위성지에서의 일정이 시작됐다. 순례자들은 성지를 돌아보면서 신앙 선조들의 신앙생활과 이곳에서 사목활동의 첫 발을 내딛은 김대건 성인을 묵상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제2부 찬양과 애도시간은 수원교구 청소년국 찬양사도단협의회(회장 이주용 토마스아퀴나스) 주관으로 진행됐다. 특별히 이 시간에는 지난 16일 있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글 낭독과 추모 노래가 불러졌다.
문희종 신부는 “이번 성지순례는 위대한 성인 순교자들을 새롭게 기억하고 또한, 청년들의 신앙의 뿌리를 다듬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실종자와 희생자, 그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또, 교구에서 이번 희생자들을 위해 선포하는 애도 기간에 신자들과 청년 단원들이 미사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상국 단장은 “청년 단원들의 적극적인 레지오 활동으로 인해 우리 레지오의 미래는 밝다”면서, “순교자의 얼을 본받아, 레지오의 강한 정신으로 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수 신부 미사 강론을 통해 나바위성지의 유래를 소개하며, 처음 쁘레시디움에 가입했을 때 마음가짐, 처음으로 본당에서 봉사활동 할 때의 그 뿌듯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안산대리구 안산성마리아본당 최지혜(에밀리아나) 씨는 “처음에는 하느님을 알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도보 성지순례를 통해 새롭게 마음가짐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찬양하면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강한 빛이 나에게 비추는 느낌에 이끌려 하느님의 현존하심과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평택대리구 발안본당 최원학(야고보) 씨는 도보성지순례 처음으로 하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면서 특히, ‘찬양과 애도 시간’을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기도와 추모글 낭독이 마음속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 이런 행사가 또 개최되면 그때는 모든 단원들이 함께 하겠다고 말하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레지오 활동에도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용인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 김민희(안젤라) 씨는 야외 미사, 찬양, 노래를 통해, 청년뿐만 아니라 성인 간부들과의 소통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추모글>
아직도 차가운 바다속에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며...
저희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해 주시는 주님, 이 시간 저희들이 모여서 주님께 기도드리는 모든 것을 들어주시길 원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발 모두 무사히 살아나 올수 있기를... 무사히 구조될 수 있기를... 하지만 첫날을 제외하고 저희가 원하는 소식은 들여오지 않고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이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또는 동생들처럼 한 명 한 명이 걱정되어 눈물이 났습니다.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다들 각자의 삶이 있기에 일상에 쫓기어 생활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져 그저 학생들이 모두 구조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기다리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하느님 바다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모두 살아 돌아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웃는 얼굴로 인사할 수 있는 날이 꼭 올수 있게 해주소서. 지금도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배에서 떨고 있을 구조되지 못한 학생들을 저희 곁으로 부모님 품으로 다시 올수 있도록 해주소서. 하느님 배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구조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학생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시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들, 교사들, 남겨진 친구들 및 교우들에게도 힘을 주소서. 부디 주님 곁으로 간 학생들의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주님 부디 은총을 베푸시어 모든 이들에게 자비와 평화와 안식을 주소서, 아멘!
김선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