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애로운 성모님이 아이들을 반긴다.
한쪽 벽에는 ‘소화어린이들의 도우미’라는 게시판 아래 선생님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복도 벽면에는 졸업생들에게 주는 재학생들의 사랑과 격려의 글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교훈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하느님 자녀를 길러내는 소화초등학교(교장 박인숙 마오라 수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934년 수원성당 주임 심응영(데시데라도) 신부가 설립한 소화강습회가 모태인 이 학교는 작년 80주년 기념행사를 가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2월 12일은 67회 졸업식이 있었다. 오랜 역사만큼 졸업식도 독특하다. 학교장과 이성효(리노) 주교가 입장 한 후 재학생들과 축하객들이 반겨주는 강당으로 82명의 졸업생들이 담임교사의 인솔 아래 부모와 손을 잡고 함께 입장을 한다. 개식사와 국민의례 후 졸업생의 감사기도가 이어진다.
학교장 박인숙 수녀는 회고사에서 작년 80주년 행사를 위해 애쓴 졸업생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제는 작은 꽃이 아니라 세상의 빛이라 불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하느님의 자녀로 계속 살아 갈 수 있도록 소화동산은 매일 기도 할 것’이라며, “하늘을 비추는 별처럼 빛이 되도록 예수님의 말씀으로 축복한다.” 말하고, 박노해 시인의 사진 ‘노래하는 다리’ 이미지와 캘커타 마더데레사 센터에 걸려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시를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버마 현지에서 천년의 다리라 불리는 ‘노래하는 다리’ 사진을 설명하며, “오선지의 음률처럼 삶이 늘 축제의 순간 기쁨의 순간이 되길 바란다. 꽃을 바치는 마음으로 살라.”고 당부 했다.
이성효 주교는 축사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교훈에 따라 짧지 않은 6년을 살아 주었음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청소년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힘써준 부모들과 선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이성효 주교는 “소화공동체는 작은 숫자이지만 이미 동문들이 지역사회에 빛이 되어 그 빛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도 세상으로 나가 잘못된 문화를 고쳐나가며 세상의 빛으로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졸업생 82명과 부모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단상에 올라가 졸업생은 학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부모는 이성효 주교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빛의 의식과 감사의 시간’에는 부모와 졸업생이 촛불을 들고 마주보며 감사의 편지를 읽고, 축복의 기도 속에 함께 손을 받쳐 촛불을 들어 올렸다. 이제 졸업생은 세상의 빛이 되었고 부모는 그 뒤를 받쳐준다는 의미이다.
‘언제나 한결같이 따사하던 손길들.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리옵니다. 하느님의 사랑 속에 행복함을 느끼며 높은 뜻을 이루려 우리 떠나 갑니다’
졸업노래와 교가 제창 후 이성효 주교의 강복으로 졸업식을 마쳤다.
선생님들은 줄을 서 퇴장하는 졸업생들을 격려하며 떠나보냈다.
손자 졸업식에 왔다는 최기순(카타리나) 씨는 “손자 손녀 5명이 모두 소화에 다니는데 첫 손자의 졸업이라 너무 기쁘다.”며 연신 웃음을 보였다. 손자 한칠성(마르코) 군은 6년간의 학교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교장 수녀님이 아침 등교 때 매일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 주시던 일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 박노해 "노래하는 다리" (출처: 박노해 사진전 '다른길' 홈페이지)
이 사진은 버마 인레호수 마을과 고산족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로 '천년의 다리'라 불리운다.
실제 이 다리는 천년동안 두 마을을 이어주고 있지만 우기때마다 떠 내려가 매년 소수민족들이 힘을 합쳐 그 자리에 다시 세워 놓는 다리라 한다.
작가는 이 다리를 오고가는 다양한 민족들의 발걸음이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평화의 노래를 연주 하는 것처럼 느껴'노래하는 다리'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당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총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시인 류시화 번역)
* (이 시는 캘커타의 마더데레사센터의 벽에 걸려 있는 시로 마더데레사의 시로 잘 못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미국 시인 Dr. kent M. Keith의 시 "The Paradoxical Commandments"라고 한다.)
조정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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